대법원이 21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연루 혐의를 유죄로 최종 확정했다. 허익범 특검이 2018년 8월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한지 3년 만이다. 당시 특검은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사건 공모와, 센다이 총영사직을 지방선거 지원 대가로 제안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두 개의 범죄혐의를 특정했다. 1심은 범죄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고, 2심은 공모혐의만 유죄로 봤고, 대법원은 이를 유지했다.

이번 판결로 김 지사는 2년 징역형에 5년간 공직선거 출마가 제한됐다.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김 지사의 불행과는 별도로, 국민은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한 현 정권의 입장 정리를 주목하고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한복판에 현 정권을 탄생시킨 19대 대통령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드루킹'인 김동원씨는 '킹크랩'이라는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을 활용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기사 7만6천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00여개에 총 8천840만여회의 공감·비공감을 클릭해 여론을 조작했다. 2017년 대선 정국 여론에 영향을 미쳤을 범죄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공범으로 개입한 것이다.

드루킹의 실체를 밝혀낸 경찰 수사는 2018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시작됐다. 정권의 보은이 없자 표적을 여권으로 변경한 드루킹의 여론조작 공세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추 대표가 고발을 결단했겠는가. 드루킹의 댓글 조작 영향력을 여당 스스로 인정했던 셈이고, 이는 역으로 지난 대선 정국에서 드루킹의 활약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 수사와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서 보여 준 태도와 관련해 여당 또한 공식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여당은 김 지사의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2018년 지방선거 경남지사 후보 공천을 강행했다. 또한 김 지사의 유죄를 인정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양승태 적폐 사단의 조직적 저항'으로 규정하고 판사 탄핵을 거론했다. 어제 대법원 판단에 대해 '존중한다'며 형식적인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이 정도로 충분한 지 의문이다.

드루킹의 범죄와 대선 결과의 상관관계는 검증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다만 여론 조작, 그것도 대선 여론 조작 범죄를 여권 핵심 인사가 공모했다. 정권 차원의 반성과 사과 없이 흘려버리기엔 범죄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