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888억… 620억에 팔기로
집행부, 세금부담에 임대 대신 결정
비대위, 공과금 업체부담 명시 반박


"용인 소재 공시지가 888억원인 종토를 620억원에 넘기는 게 말이 되나요?"

연안이씨 의정공파 이모씨는 착잡하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이씨는 "업자와 종중회장이 한통속이 돼 공시지가의 70%도 못 미치는 헐값에 600년 종토를 매각하려 한다"며 "용인 불당골은 의정공 중종의 영원한 고향이자 성지"라고 호소했다.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서리 산70-3번지 일원엔 연안이씨 의정공파의 종토가 있다. 종토란 제사 또는 이와 관련된 사항들을 집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토지를 말한다.

문제의 발단은 종중에서 이곳에 골프장을 짓기로 결정하면서였다.

당시 내부에선 골프장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찬성하는 집행부의 의견이 갈려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런 갈등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5차례에 걸친 계약서 변경 끝에 임대차계약으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종중은 땅을 담보로 업체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열어줬고, 업체는 골프장을 임대 운영하면서 연간 3억5천만원 상당의 임대료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3월 종중 집행부가 종토를 240억원에 세현CC(당시 서리CC)에 매각하려 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비대위 측은 "33년간 임대료를 받으며 빌려줬다가 다시 돌려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갑자기 왜 파느냐"고 주장했다.

종중 집행부는 매각 논리로 '세금 부담'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매각 추진은 계속돼 지난해엔 300억원으로, 지난 7월엔 620억원에 매각하기로 잠정결론냈다.

비대위 측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올 1월 기준으로 공시지가만 888억원이 넘는데, 이보다 못한 가격에 넘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세금부담 때문에 팔아야한다고 집행부가 주장하는데, 계약서에선 모든 제세공과금과 추가 공사비는 업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18년 12월 10일에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비대위 측의 주장은 그대로 포함돼있다. 500억원을 초과하는 공사비와 체결 이후 임대차기간동안 생기는 토지·골프장시설 제세공과금은 모두 업체가 부담하도록 명시돼있다.

집행부는 입을 닫았다. 종중회장은 "종중 일이고, 외부인에게 할 말 없다"고 일축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