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초 접근 '여러 명의 대출' 종용
관련법상 '동일인 간주' 엄격 조항
금감원 "사실관계 맞다면 위반소지"

고양 한옥마을 조성 사업에 수백억원을 대출했다가 소송전에 휘말린 지역농협이 대출 한도 규정을 어기고 채무를 안겨 놓고 뒤늦게 사업자를 고발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경인일보가 입수한 대출금정리표와 대출 취급 현황을 보면 2010년 9월 고양 벽제농협은 사업 관련자에게 부지 내 14필지를 담보로 46억원을 대출하고 2년 뒤 법인 대표에게 9필지를 담보로 39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확인된다.

벽제농협은 이 사업 관련 2016년 4월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총 238억5천700만원을 대출했다. 사업자는 대출 원금 대비 이자를 포함해 총 229억9천500만원을 상환했지만, 이자가 불어나면서 40여억원의 채무가 남아있는 상태다.

사업자는 벽제농협이 신용협동조합법으로 정한 동일인 대출 한도를 위배한 채 담보대출을 종용하고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신용대출을 안내하면서 통장 관리까지 직접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용협동조합법 42조를 보면 조합은 동일인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중앙회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합의 자기자본의 100분의 20 또는 자산총액의 100분의 1 중 큰 금액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 등을 할 수 없다.

이에 더해 본인의 계산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에 의해 하는 대출 등은 그 본인의 대출 등으로 본다는 간주 조항이 있어 한 사업자로 판단할 수 있는 차주들에게 한도를 넘어선 대출을 엄격히 금지한다.

그런데 벽제농협이 사업 초기인 2010년 9월부터 고양 한옥마을 정와 측에 접근해 신규거래처를 확보하면서 신용협동조합법과 상호금융업 감독규정으로 정한 동일인 대출 한도 50억원을 상회하는 대출을 일으켰다는 게 사업자 측이 문제 삼는 부분이다.

더욱이 일시적으로 이자 납부에 차질을 빚자 신용 좋은 차주를 데려오라는 벽제농협의 제안을 받고 신용 등급이 1등급인 사람을 세워 이자 부담을 위한 5천만원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 측은 당시 벽제농협이 비조합원에게 재직증명서나 원천징수 영수증 등 신용대출 서류도 확인하지 않는 등 신용대출 규정을 지키지 않고 부실 대출을 실행했다는 근거도 들고 있다.

벽제농협과 유사하게 부천 오정농협도 총액 80억8천만원을 한옥마을 정와 사업자 측에 명의 쪼개기로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금감원 상호금융검사국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맞다면 동일인 대출 한도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김환기·김영래·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