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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조리 근무자가 없는 영업소 수납원들의 식사 메뉴. 이들은 컵라면과 간편식, 집에서 가져온 반찬 등으로 한 끼를 때우고 있다. 2021.7.26 /수납원 제공

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 경기도의 한 고속도로 영업소 요금수납원들의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교대 근무 때문에 이들에게 주어진 식사 시간은 단 30분.

새벽 6시부터 톨게이트 부스를 지킨 한 수납원이 직원식당으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미리 차린 음식을 먹기만 해도 넉넉하지 않은 시간. 웬일인지 식당 안은 썰렁한 기운만 감돌았다.

이 수납원은 몸에 밴 듯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그리곤 사발면을 뜯었다. 전자레인지 안에 즉석밥을 넣고서는 냉장고를 열어 김치를 꺼냈다. 이날 메뉴는 컵라면과 즉석밥 그리고 김치가 전부였다.

식당 한편에 앉아 수저를 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그는 뜨거운 면을 후후 불어가며 먹었다. 8분. 그가 점심을 해치우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를 닦고, 담배를 한 대 피운 그는 다시 톨게이트 부스로 돌아갔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소속 수납원인 이들의 식사 시간은 교대 근무 특성상 촉박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얼마 전까진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따뜻한 밥과 국물, 4가지 반찬으로 제대로 한 끼를 챙겨 먹었다고 한다.

이 영업소에는 6월까지 '환경조리 근무자'가 따로 있었다. 수납원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영업소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그런데 4월 말과 6월 말에 걸쳐 전국 영업소에서 일하던 환경조리 근무자 364명 중 44명이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일부는 계약기간 만료, 일부는 자진 퇴사했다는 게 도공서비스 측 설명이다.

도공서비스는 환경조리 근무자를 충원하는 대신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영업소 환경조리 시범운영'에 돌입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환경조리 근무자가 하던 일을 영업소 수납원들이 나눠 하라는 취지다.

이러한 결정에 수납원들은 개인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매끼 1천500원 수준인 부식비로 식사 준비를 하게 됐다. 식사 시간이 30분에 불과한 이들이 컵라면이나 간편식 등으로 배를 채우게 된 사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수납원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밥을 가지고 이런다는 게 너무 서럽고, 매일 허겁지겁 먹다 보니까 먹을 땐 배가 부르지만, 돌아서면 금방 (배가) 꺼진다"고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이에 대해 도공서비스 관계자는 "현장 이야기는 전해 듣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시범운영을 한 뒤 설문조사와 노사 협의를 통해 환경조리 근무자 관련 운영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재흥·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