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찌는 듯한 단칸방 독거노인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22일 오전 인천시 동구 화수동 다세대 주택 옥탑방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30도가 넘는 방에서 선풍기 바람과 부채질로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1.7.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과천의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김모(84) 할아버지는 이제 여름이 두렵다. 김씨 할아버지는 반지하에 살고 있는데, 올해 뿐 아니라 최근 몇해동안 여름만 되면 35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해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는 낮 동안 뜨거운 지열이 방 안에 가득한데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아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는다. 살인적인 무더위를 견뎌야 하는 할아버지에겐 낡은 선풍기 1대 뿐. 그나마 코로나19가 없던 여름엔 인근 노인정이나 복지시설에서 낮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양평에 사는 워킹맘 박모(32)씨도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박씨가 직장에 나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없는 낮시간'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며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가정에서만 머무르는데 형편이 없어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한데다 선풍기마저 너무 낡아 아이들이 다칠 위험도 크다. 박씨는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는데, 이 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버텨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최악의 확산세를 보이는 이번 여름, 역대급 폭염까지 겹쳐 우리 사회 취약계층의 삶은 출구가 없을 만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경기사랑의열매)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혹서기 지원사업에 8억7천200여만원을 긴급 편성해 지원한다.

특히 위의 사례와 같이 에너지 취약계층으로 발굴된 가정에 이달 2일부터 14일까지 선풍기와 에어컨 등을 지원하는 '착한바람 사업'을 진행했다. 경기남부지역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 69곳에서 각 지역의 에너지 취약계층을 찾아 지원하는 방식인데, 기관당 최대 1천만원 이내로 총 4억8천690여억원을 지원한다.

또 경기남부 21개 시군의 취약계층에 3억8천500여만원 상당의 여름이불과 식품 등 혹서기를 견딜 수 있는 지원물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최은숙 경기사랑의열매 사무처장은 "유례없는 더위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 결정된 지원사업으로,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복지사업을 다양하게 기획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