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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신갈동 만골근린공원의 대형 놀이터. 계단과 미끄럼틀이 많고 전망대가 높아 장애아동은 이용하기 힘들다. /이자현 수습기자 naturelee@kyeongin.com

경기, 14세이하 장애인 5만3천여명
놀이터·키즈카페 등 시설이용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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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가 일상화된 코로나19 시대, 역설적이게도 아동의 '놀 권리'가 주목받고 있다.

아동은 양육과 보호의 대상만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당당히 누려야 할 권리를 가진 주체. 2019년 정부도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4대 과제 중 하나로 놀이권을 제시했다. '모든 아동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경기도는 아동들이 차별 없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인가. 불행히도 그 아동의 범주에 장애아동은 포함되지 못한다. 장애아동에게 놀이는 '발달을 위한 치료'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경기도에는 14세 이하 장애인 5만3천여명이 산다. 우리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박탈된 경기도 내 장애아동의 놀 권리에 대해, 아동과 그 가족의 입을 통해 직접 들었다. 과연 경기도는 모든 아동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정한 놀이터'가 될 수 있을까. → 편집자주

성남에 사는 지적장애 1급 민성이(가명·14)의 유일한 놀이는 스마트폰이다. 민성이는 아침 6시에 기상해서도, 하교 후 집에 와서도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다.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구슬을 색깔별로 분류하는 놀이를 하거나 카드게임을 한다. 한창 밖에 나가 뛰어놀 나이지만 민성이는 그럴 수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민성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주변에 없다.

학교를 제외하고 민성이가 집 밖에 나가는 건 치료를 위해 발달치료센터를 갈 때뿐이다. 집 밖 세상은 민성이에게 차갑기만 하다. 

학교 빼고 외출은 발달치료센터뿐
코로나發 운영 중단 자리 쟁탈전도

어머니 전경화(42)씨는 4년 전의 일을 회상했다.


"민성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특수학교에서 장애아 10명이 함께 공원 야외 물놀이장을 갔어요. 비장애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간을 피해서요. 근데 다음 날 일반아동의 부모가 장애아들은 물놀이장에 못 오게 해달라고 민원을 넣은 거예요. '장애가 옮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물었지만 '그냥 불편해서'라는 답이 돌아왔죠. 다음부터 아이들은 특수학교 안에 있는 풀장에서만 놀아요." 전씨는 그 이후로 마음의 문을 닫았다.

일반 놀이터나 키즈카페 등 일상적인 아동 시설도 장애아동이 이용하기 어렵다. 전씨는 "놀이터는 정글짐 같은 위험한 기구밖에 없고 어린이박물관은 아이가 큰 소리를 내면 어찌나 눈치를 주는지, 주변 눈치가 보여 잘 가지 않는다"며 "키즈카페는 장애아동의 부모 중 가는 사람을 못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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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화서동의 '무장애통합놀이터'.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뛰어놀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벽을 없앴다. /이자현 수습기자 naturelee@kyeongin.com

학술적으로 아동이 놀이를 하는 데는 '무 목적성'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 목적, 조건 없이 그저 놀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소리다. 그러나 민성이를 비롯한 장애아동에게 놀이는 '치료'를 통해서만 허락된다. 민성이는 사설센터에서 음악, 미술, 운동수업 등 감각발달을 위한 치료를 받는 것이 유일한 놀이다.

수업은 1회에 4만~6만원. 일반 아동들이 다니는 학원보다 훨씬 비싸다. 전씨는 "아이가 더 어렸을 때는 수업비로만 한 달에 200만~300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교적 가격이 싼 병원 내 센터를 다녔었지만, 2년이 지나자 신규 회원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놀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얼마 되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 어딘가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만 들리면 '쟁탈전'이 벌어진다. 성남에 사는 민성이는 광주까지 수영을 배우러 다닌다.

지금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코로나 이후로 문을 닫는 센터가 늘어났고, 수업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발달장애인센터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센터 150개 중 7개의 운영이 중단됐다. 민성이가 다니던 사설 센터도 올해 문을 닫았다.

/공지영기자·이자현수습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