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갯벌 4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유산위원회(WHC) 결정 사항으로,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갯벌이다. 신안 갯벌이 1천100㎢로 가장 넓고, 나머지 갯벌 면적은 각각 60㎢ 안팎이다. 모두 습지보호지역이고, 일부가 람사르 습지이다. 우리 정부는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로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전 세계 3대 주요 철새이동로 중 하나인 서해안 지역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을 부양하는 핵심적 장소라는 높은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국 주요 갯벌로 꼽히는 송도 갯벌과 화성 갯벌은 지정에서 제외됐다. 문화재청은 이들 지역을 신청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송도 갯벌 일대는 이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고, 세계적 희귀조인 저어새의 서식지로, 습지 생태계 보전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국제 환경단체인 홍콩야생조류협회가 우리 정부에 갯벌 훼손을 우려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15만마리 조류가 서식하는 화성 갯벌도 생태 가치가 높다. 4만마리가 넘는 도요새, 250여 마리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새 등 희귀 철새들도 있다. 서해안과 접해 먹이가 풍부하고 머물기에 좋은 환경을 갖춰 다양한 조류들의 서식처가 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중요 물새 서식지로 유산구역을 확대해 2025년까지 다시 신청하라고 권고했다. '중요 물새 서식지'가 어딘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송도 갯벌은 물론 화성 갯벌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IUCN)도 4개 갯벌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범위가 좁고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핵심지역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 의견을 냈다. 포함돼야 할 '핵심지역'으로는 강화·영종, 송도·화성·아산만 갯벌 등이 거론됐다.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모두 10개이며, 이 가운데 4개를 자연유산에 적용한다. 그중 하나만 부합해도 가능한데, 한국의 갯벌은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고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 생물학적 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한다'를 충족했다. 이 조건에 적합한 송도와 화성 갯벌은 등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문화재청의 지원과 해당 지역의 보존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