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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급등한 채소값 장부를 들여다보는 용인의 국수집 종업원 박재형(50) 씨.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지난 1일 새벽 수원 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동의 신정애(55)씨는 경매 후 남은 목상추(목을 통째로 딴 상추)와 잔무(작은 무)를 따로 박스에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요즘 채솟값이 하도 오르다 보니 상품보다 30% 정도 저렴한 일명 '나까마'(나머지 물건)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 신씨의 전언이다.

근처 한식뷔페 대표 김세연(41)씨는 "메뉴가 6천원인데 열무김치에 들어가는 채솟값이 부쩍 올라 일주일 전부터 도매시장에서 나까마를 공수했다"고 말했다. 

 

미나리 141.7%·청상추 64% 올라
경매 후 남은 목상추 등 수요 증가


폭염에 채솟값이 크게 오르고 코로나19로 손님까지 줄면서 식당 점주들이 '싼 채소 구하기' 전쟁에 돌입했다.

도매시장에서 나까마를 구해오거나 여러 식자재상을 돌면서 싼 물건을 찾는 등 필사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건고추 도매가는 600g당 1만5천456원으로 평년(9천67원)보다 70.5% 급등했다.

특히 미나리는 4㎏당 1만9천185원으로 평년(7천937원)보다 141.7% 올랐고 시금치(85.2%), 청상추(64%), 깐마늘(35.9%)의 가격 오름세도 두드러졌다.

"양을 줄이면 야박하단 소리 들어"
저렴한 식자재상만 골라 주문도


이런 상황에서 식자재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번거롭더라도 저렴한 식자재상만 골라 주문하는 식당도 생겨났다.

성남의 판교 오피스촌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김재환(45)씨는 "편의상 한 식자재상에서 물건을 받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쌀은 A자재상, 고기는 B자재상 등으로 싼 식자재상을 찾고 있다"며 "그래봤자 전체 원가 대비 4% 정도 줄어들 뿐이지만 1천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채솟값 상승이 한여름마다 빚어지는 고질적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용인 수지먹자골목의 국숫집 종업원 박재형(50)씨는 "주메뉴인 안동국시에 곁들여 내는 깻잎만 하루 8㎏ 정도 되니 채솟값이 조금만 올라도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음식 장사 특성상 메뉴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면 '야박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어떻게 하지도 못한다"며 "(채솟값 상승은) 한여름이 되면 빚어지는 고질적 문제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