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한 가정에서 양부로부터 학대당해 2개월 넘게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던 두 살배기 입양아 '민영이'가 지난달 숨졌다. 사회적 공분을 샀고, '제2의 정인이 사건'으로 불렸다. 양부는 민영이가 숨지기 전 구속상태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부는 상습폭행과 가혹행위로 민영이가 의식을 잃자 사실을 은폐하려 7시간 방치했으나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학대를 방관한 아내도 방임혐의만 적용됐다. 민영이가 숨졌으나 양부에는 아동학대살해가 아닌 아동학대 치사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다.

아동학대방지협회는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2살짜리 아이를 반복적으로 폭행해 의식불명에 이르게 해 숨지게 한 가해자에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내는 살인 방조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거다. 민영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아동학대사범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는 중상해죄나 치사죄는 살인미수나 살인죄보다 처벌 수준이 낮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 가벼운 처벌이 반복되면서 아동학대 사건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사법 전문가들은 양형기준 강화는 물론 아동 학대 처벌 규정이 보다 세분화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이 제정됐으나 범행동기와 피해자 나이 등 사건의 유형이 다양해 일률적 적용이 어렵다는 거다. 특례법에 명시된 학대 유형은 중상해와 치사 등이 전부다. 민영이처럼 학대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아동을 위한 가해자 처벌 기준은 거의 없다. 정상적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없지만,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 처벌 수위가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기본양형 10∼16년인 살해죄 대신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되면 4∼7년으로 형량이 줄어든다. 아동학대치사는 최대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양형 기준이 살인죄의 절반 수준이라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국가 대부분은 범죄 심각성에 따라 법정형을 다양하게 나누고, 아동학대는 일반 범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아동학대 양형기준을 높이고 처벌 규정도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민영이 양부모에 대한 재판은 9월에 다시 열린다. 검찰이 치사가 아닌 살해 혐의를 적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