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데는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 술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마다 유기농 곡물로 만든 막걸리를 특산품으로 앞세우고 유기농 막걸리만을 취급하는 전문점까지 생길 정도다.
와인 역시 유기농 포도를 이용한 내추럴 와인 등이 애주가들의 관심을 끈지 오래지만, 국내 와인 생산이 날로 활발해지는데 비해 유기농 와인의 국산화는 비교적 더딘 편이다.
국내 유기농 인증 기준이 유럽 등에 비해 까다로운 게 한 요인이다. 와인에는 산화를 방지하고 균을 막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량의 아황산염을 첨가하는데, 유기농 와인으로 국내에서 인증받으려면 아황산염 대신 아황산가스(무수아황산)를 써야 한다.
연천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예진은 국내 첫 유기농 와인 출시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다. 20년 전부터 유기농 포도를 재배해 다양한 와인, 증류주를 만들어왔지만 아황산가스를 써야 하는 문제 때문에 유기농 와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경기도 기술닥터에 손을 내민 것은 이 때문이다.
예진의 홍정의 대표는 관련 박사학위 과정까지 밟고 있을 정도로 발효주 제조에 열의를 보이고 있지만, 기존 아황산염 대신 아황산가스를 주입하는 일은 보다 정교한 화학적 기술이 뒷받침돼야 했다. 오랜 기간 화학 분야 기업 연구소 쪽에서 근무해 잔뼈가 굵은 김동규 전문가가 함께했다.
적용 기술 없어 20년간 인정 못 받아
김동규 화학전문가에 자문 같이 연구
주입할 수 있는 기술 등을 자문하고, 같이 해외 논문들을 찾아보면서 더 좋은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주류 부문에서 유기가공 인증을 획득하는 일로도 이어졌다.
실용화되면 국내에서 유기농 와인으로 인증받아 출시하는 첫 제품이 된다는 게 예진 측 설명이다. 성공하면 다른 과실주에도 접목할 수 있는 만큼 유의미한 시도라는 점도 강조했다.
홍정의 대표는 "규정대로 아황산가스를 사용해 만든 유기농 와인은 국내에 아직까지 없다. 상용화까지 성공하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포도주뿐 아니라 다른 과실주에도 이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우수 농산물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 상용화하려면 보다 정교한, 구체적인 기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화학 기술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함께 연구하고 제품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매우 좋았다. 우리 같은 작은 기업에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일"이라고 호평했다.
주류 부문에서 '유기가공 인증 획득'
실용화땐 다른 과실주에도 접목 가능
예진의 기술닥터로 활동한 김동규 전문가는 "기술닥터 사업을 주로 영세 소기업에서 신청한다고 들었다. 한 분야에선 전문가라도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까지 구현하려면 다른 전문 기술들도 필요한데, 작은 기업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아무래도 힘이 되는 것 같다"며 "제가 가진 전문 지식, 기술이 도움이 돼 기술닥터로서도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기술닥터 사업은 경기테크노파크 기술닥터 사무국(http://tdoctor.gtp.or.kr, 031-500-3333)에 문의하면 된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해당 기업은 경기도·연천군·경기테크노파크의 기술닥터 사업 대상에 선정돼 관련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