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으로 인한 갈등이 재난 수준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극복을 위해 이전에 지급한 4차례 정부 재난지원금은 지원 때마다 보편지급과 선별지급을 두고 여여, 여야 간 정책 갈등은 물론 국민분열을 초래했다. 지급을 앞둔 5차 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소득하위 88% 가구에 1인당 25만원을 지원하는 지급방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전 국민 지급을 요구하는 여당과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확정된 정부안에 경기도 일부 기초단체들이 전 도민 지급을 주장하고 경기도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후폭풍이 경기도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양·파주·구리·광명·안성 등 도내 5개 기초단체장은 지난달 29일 공동성명을 통해 5차 재난지원금 지원에서 빠진 12%의 도민에게도 도와 각 시·군이 분담해 지원금을 지원할 것을 도에 건의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전 도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소득 차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 온 기존 입장을 견지한 셈이다. 하지만 같은 날 수원·용인·성남·화성·부천·남양주·안산 등 도내 7개 기초단체장들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전 도민 100% 지급을 반대했다. 도지사 이하 찬반 단체장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논란은 민주당 대선 경선으로 옮겨붙었다. 선두 주자인 이 지사를 겨냥해 경쟁주자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중앙정부와 국회가 모두 합의한 안을 경기도가 뒤집는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며 이 지사의 국정경험 부족을 탓했다. 김두관 의원은 "전 국민에 다 주지 않은 것을 차별이라 한다면, 경기도만 주고 다른 지방은 못 주는 것은 더 심각한 편 가르기"라고 직격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벌써 1년 반이 넘었고, 정부는 다섯 차례 재난지원금 지급계획을 확정했다. 그런데 아직껏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가 정략적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재난지원금이 재난 피해국민 구조가 아니라, 정치권의 대국민 생색내기 정치자금으로 전락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재난 발생 1년 반이 넘었는데도 재난피해의 경중도 구분하지 못하는 정부와, 몇 푼으로 국민 환심을 사기에 급급한 여당과, 찬성도 반대도 아닌 무력한 야당이 빚어낸 슬픈 코미디이다.

재난피해가 집중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저소득 서민들에게 정부와 정치권의 재난지원금 논란과 혼선이야말로 예상 못한 재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