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물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가 화성도시공사와 마찰을 빚은 용역업체 소속 공원 관리반장(이하 관리반장)이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인일보 취재가 시작되면서 용역업체 대표는 당초 계약된 기간까지 일하라고 말을 바꿨다는 주장도 나왔다.

화성도시공사는 마찰을 빚었던 사안을 용역업체 대표에게 말했을 뿐 해고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관리반장의 해고 번복 사건은 '물'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연이은 폭염에 화성 동탄 4권역 관내에서 일하는 공원 관리 직원이 생수 배달 기사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했다. 동탄 4권역에 속한 공원은 총 20곳이며, 이 가운데 14곳에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초소가 마련됐다.

14개 초소 중 정수기가 설치된 곳은 겨우 4곳.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직원들은 정수기가 있는 초소에서 매일 물을 떠먹어야 한다. 이에 지난해 화성도시공사는 직영 운영 당시 500㎖ 생수를 제공했는데, 예산 부족으로 올해는 끊긴 상태다.

한 직원이 물을 더 달라는 말에 관리반장도 생수 배달 기사에게 물을 요청했다. 이를 알게 된 화성도시공사는 지난달 14일 관리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을 더 줄 수 없다며 마찰이 빚어졌고, 이후 지난달 16일 용역업체 대표는 관리반장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관리반장, 전화로 마찰 빚은 직후
사직 권유받자 인사권 개입 주장
"사안 말했을뿐 지시 안해" 반박


관리반장은 "대표가 화성도시공사를 만나고 온 이후에 7월 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다른 일을 구할 시간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럼 8월 말까지 일하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표가 권고사직을 언급하면서 퇴사해야 하는 것 같다, 최대한 한 달 정도 여유가 필요하다고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는데, 사실상 (내가) 화성도시공사에 물을 더 달라고 했다가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라며 해고 지시에 화성도시공사가 개입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관리반장은 용역업체 소속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며, 용역업체도 화성도시공사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화성도시공사는 공원 관리 용역을 맺는 업체의 인사권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는 화성도시공사도, 용역업체 대표도 모두 용역업체에 인사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후 경인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용역업체 대표는 뒤늦게 '해고는 없다'고 말을 바꿨고, 관리반장에게 당초 계약기간인 올해 12월31일까지 근무하라고 다시 통보했다. 용역업체 대표는 "해고는 없다. 그러니 왜 해고를 하려고 했는지 말할 이유가 없다"며 "(관리반장 해고는) 화성도시공사의 지시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화성도시공사 관계자는 "물로 마찰을 빚었을 때 반장이 담당 직원에게 오히려 반말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갑질을 했고, 이 같은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가 왔길래 말했을 뿐이며 해고를 지시한 적 없다"며 "물은 예산 부족으로 올해부터 지급을 중단했고 (동탄 4권역은) 다른 권역보다 정수기 설치 대수도 많은데 무리하게 물을 더 달라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