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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원 정치부 기자
과자를 집에 사놓지 않는다. 과자가 먹고 싶으면 직접 신발을 신고 나가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 사 먹어라. 야식이 먹고 싶으면 '홈트(홈 트레이닝)' 30분은 하고 먹어라. 술 마시고 싶으면 그날 한 끼는 굶어라.

다이어트 고수들이 권하는 방식 중 하나다. 먹는 양을 줄이고 먹고 싶은 욕구를 감소시키려 절차를 복잡하게 하는 원리다. 이 같은 원칙을 세우면 야식 먹는 횟수가 줄고 욕구도 준다. 원초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효과가 있다.

그런데 요즘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전략이 불현듯 떠오른다. 경기도청 얘기다. 도청을 비판하면 줄곧 도청에서 전화가 온다. 처음에는 기사 내용에 대한 팩트 검증 얘기다. 기사가 쓰인 근거와 타당성을 하나하나 따진다. 비판받은 사람으로서 제기할 수 있는 물음이다. 비판한 장본인으로서 성실히 답한다. 그러다 보면 두어 시간은 거뜬히 간다. 하지만 곧 연락의 본심이 마지막 물음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누굽니까?" 그때 알아챘다. 이 직원이 연락한 이유는 책임을 전가할 직원 이름을 알아냄과 동시에 비판의 대가를 갚아주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야기 해준 사람이 왜 궁금하냐고 되묻자 "위에다 제출할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한다. 귀찮게 만드는 것은 탁월한 효과가 있다. 비판할 시간을 빼앗는다. 특히 취재원 색출은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을 서로 감시케 해 국민 알 권리를 저해한다. 취재진과 취재원을 귀찮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전략인가 싶다.

언론이 정부기관을 견제, 감시하는 것은 해당 기관이 공공기관이어서다. 견제 없는 공공기관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철옹성과 같다. 성곽 밖 국민이 취할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대민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이 직원들과 언론을 괴롭히는 행위는 그래서 온당치 못하다.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도청 고위공직자에게 묻고 싶다. 자신만의 철옹성을 만드느라 도민은 버렸나.

/명종원 정치부 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