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에게 이빨과 발톱이 있으니 물리거나 긁힐 시 보상해 드릴 수 없습니다."
지난 10일 찾아간 시흥의 한 야생동물 카페. 음료를 마시는 테이블 사이로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취식과 동물 사육 공간의 구분이 없어 손님들과 양, 스컹크, 고슴도치 등 약 6종류의 야생동물들이 서로 뒤섞여 있었다.
내부에는 야생동물의 공격에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아이들도 자유롭게 동물을 만지고 안고 있는 등 접촉을 제재하거나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야생동물 카페가 전문 관리자도 없이 밀폐된 공간에 동물과 사람이 접촉하도록 운영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우려해 환경부도 지난해 12월 이들 카페시설 운영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위법인 '야생생물보호법' 개정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수원·시흥 등 도내 10여곳 운영중
법 개정 늦어져 '전시영업' 미해당
현재 경기도 내에 야생동물 카페는 수원, 시흥 등 도심을 중심으로 10여 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카페는 대부분 일반음식점 혹은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됐다.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현행법상 야생동물 카페는 '전시영업'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농림축산식품부령이 정한 반려동물인 개, 고양이, 토끼 등 6종에 대해서만 전시영업이 가능하다. 또 10종, 50마리 야생동물을 보유하지 않으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기준에 벗어나기 때문에 동물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 카페는 '식품위생법'만 적용받는다. 위생과 감염 등의 위험을 고려하면 음식을 조리하고 취식하는 공간과 동물이 출입·전시되는 공간은 반드시 분리돼야 하지만, 대다수가 일반 카페와 똑같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동물과 사람을 오가며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수의사들이 야생동물을 주기적으로 검진하며 관리하는 동물원과 달리, 이들 카페는 동물에게 병원체가 생겨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사람과 접촉만으로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야생동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및 관리 없이 야생동물을 한데 모아 놓으면서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감염병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대부분 음식점 등록… 사람과 접촉
조리취식·전시공간 분리 없이 영업
주기 검진 없어 병원체 확인도 못해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카페는 야생에서 서로 접촉할 일이 없는 종의 동물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운영해 감염병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취식 공간과 동물 시설이 구분 없이 운영되는 불법 행태가 방치되는 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자체가 법 개정 전에 식품 위생과 동물 분리 등 가용한 행정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야생동물 카페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어 운영 현황 등은 현장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공지영기자·고건 수습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