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정책을 마련할 때 현장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중앙가축방역심의회를 거치도록 했지만 별도의 토의 없이 서면으로만 심의회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공익법률센터 '농본'에 따르면 AI 방역 정책을 다루는 중앙가축방역심의회(가금질병분과)가 지난 2019년부터 지난 5월10일까지 총 20차례 열렸지만, 해당 심의회 모두 서면으로만 진행됐다. 심지어 일부 심의회의 경우 농식품부에서 안건을 올리면 심의위원들에게 '동의', '부동의' 여부만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월 고병원성 AI 확산 차단을 위해 살처분 범위를 발생 농장 반경 3㎞에서 1㎞로 조정하는 심의가 진행됐는데 온라인 메신저로 '동의', '부동의'만 확인하고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게다가 농식품부가 올해부터 도입하는 'AI 위험도 평가'도 중앙가축방역심의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 발생 위험도 평가는 2주마다 평가를 한 뒤 살처분 범위 조정이 필요하면 심의회를 통해 바꾸도록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심의회가 운영될 경우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현장과 전문가, 공무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토론을 통해서 서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서면으로만 가부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전에 토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관계자는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심의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부분을 고려해 심의회를 진행했었다"며 "살처분 범위와 관련해서는 심의 절차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