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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2차전지 검사 장비 제조사에 근무하다가 핵심 기술을 빼돌려 동종 업체를 차린 4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수원지법 형사16단독 송명철 판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중소기업 A사 전 연구소장 한모 씨에 징역 1년 10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씨와 함께 기소된 A사 전 연구원 3명에게 각각 벌금 800만원, 한씨에게 모방품 제작을 의뢰한 혐의로 기소된 중소기업 B사 운영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한씨는 지난해 3월 A사에서 퇴사하기 직전 '모듈형 충방전기'의 설계도와 프로그램 소스 코드 등 기술자료 일체를 유출해 회사를 차리고 모방품을 제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A사는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에 특정 전압 등을 가해 충전·방전 시험을 하는 배터리 검사 장비를 전문적으로 개발해왔다. A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증가하면서 지난 2017년 50억원이던 매출액이 2019년 33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A사가 개발한 '모듈형 충방전기'는 대형 캐비닛 크기의 충방전기를 책상 서랍 크기로 소형화·표준화한 것으로, 생산 및 판매 단가를 낮출 수 있어 대기업 등에 대량 납품이 예정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주요 직책을 맡다가 퇴사하면서 중요한 영업비밀이자 자산인 모듈형 충방전기 관련 자료를 유출했고, 동종 업체를 설립해 모방품을 개발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는데도 욕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재차 모방품을 개발해 판매 직전의 상황까지 이른 점에 보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벌금형을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해선 "한 피고인의 적극적인 권유와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 채 범행에 수동적으로 가담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B사 운영자에 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