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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기자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출신인 A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북한 실세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이름을 딴 계정이 공감(좋아요) 표시를 남긴 것이다.


A씨가 올린 글의 제목은 '김여정이 "남조선 바쳐라" 나오면 어쩌나'였다. 범여권 의원 74명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조건부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내용과 함께 그간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 이후 정부가 대처한 상황 등을 담았다. "김여정이 어느 날 갑자기 문재인 정부는 남조선 바치라우! 나온다면? 여당 국회의원 8할 이상 '그리하자'로 의견 모을 것이다." A씨가 올린 글의 한 대목이다. 누가 봐도 현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국어에 서툰 사람이 김 부부장을 사칭해 만든 '가짜 계정'이 아닌, 만약 진짜 김여정이 '좋아요'를 눌렀다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일이다. 마크 주커버그도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페이스북 계정에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이 워낙 팔로우를 많이 해 김 부부장도 그중 한 명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진짜 김여정일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문제의 계정에는 김 부부장의 사진을 프로필로 해서 직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학력은 김일성종합대학, 생일은 1987년 9월26일로 쓰여있다. 팔로워는 4천여명을 거느렸다. 김 부부장 명의의 계정에 아무렇지 않게 팔로워가 쌓이고, 어떠한 거부감 없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인식이 퍼지는 세태만으로 보면 이미 우리 주적은 북한이 아니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북으로부터 친북·반미·반보수 활동에 나서라는 지령을 받은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을 간첩 혐의로 수사 중이다. 실제 김 부부장이 페북 계정을 운영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작활동 한쪽에 북의 위협에 대해 심각해 하지 않는 분위기가 스며든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