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전사', '의료진 덕분에' 라는 말에 힘을 얻으며 환자 곁을 지켜왔지만, 더는 참고 견딜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의료 현장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19 확진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 인력이 부족해 매일 가중된 업무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는 18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 및 인력 확충을 촉구하면서 코로나 19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 도청 앞 기자회견
10명 중 7명 '코로나 블루' 심각해
인력 확충·장기화 대책 시급 호소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내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상당수는 보건복지부의 코로나 19 파견 인력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실정이다. 공공병원 자체를 지원하지 않아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렸는데, 코로나 19로 업무는 가중됐다. 더욱이 3주마다 바뀌는 파견 인력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노동자 중 일부는 병원을 떠나 파견 인력으로 지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백소영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장은 "지난 1년 7개월 동안 보건인력을 갈아 넣어 여기까지 왔는데, 코로나 19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고 전문가 상당수는 이와 같은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반복될 감염병 사태와 코로나 19 장기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같은 보건의료노동자의 호소는 보건의료노조가 진행한 정기 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월 12일부터 한 달 간 진행한 실태조사(조합원 7만7천92명 중 4만3천58명 참여·응답률 55.9%)를 보면, 코로나 19로 인한 환경 변화로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한 노동자가 응답자 가운데 78.8%를 차지했다. 심리상태 역시 응답자 중 70.6%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은 일상생활은 물론 심각한 코로나 블루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7%는 코로나 19로 노동여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노동자 소속기관이 코로나19 상황에 적정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묻는 응답에 대한 긍정비율은 평균 39.2%에 그쳤다.
백 본부장은 "실태조사 결과 육체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82.8%, 1년 미만 간호사 중 76.1%는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며 "간호사 1인당 맡아야 할 환자 수도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이 같은 호소에 매번 땜질 처방만 내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실질적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9월 2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기지역 내 24개 사업장을 비롯해 전국 136개 사업장이 동시에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이들은 공공의료 확충·강화 3대 요구로 ▲감염병 전문병원 조속한 설립 및 코로나 19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과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공공병원의 인프라 구축과 공익적 적자 해소를 촉구했다. 또 보건의료인력 확충·처우 개선 5대 요구로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및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제도 전면 확대 ▲5대 불법 의료 근절 ▲의료기관 비정규직 고용 제한을 위한 평가기준 강화 ▲의사 인력확충과 공공 의대 설립을 요구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