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짧고 굵게'를 강조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규모가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 4단계 거리두기 기간 동안 집중됐어야 할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휴가철 인구이동이 겹친데다,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달 말 일일 확진자가 3천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전망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특히 접종 선진국들마저 델타 변이에 의한 돌파 감염이 확산되자 부스터 샷을 서두르는 한편 부분적인 이동 통제조치를 재개하면서, 사실상 백신에 의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국제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애초에 전 국민 70%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약속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실정인 것이다. 일찌감치 백신을 확보해 전 국민 접종을 서둘렀다면 우리도 지금쯤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할 때이건만, 우리 현실은 1차 접종마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니 분통 터질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코로나19 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셈이다. 정부가 이런 사태에 대해 정교한 대비책을 세웠는지 의문이다. 현재 전국의 생활치료센터와 중증치료시설의 여유 병상들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차 유행 이후 정부가 약속한 국가지정 음압병실 확충은 목표치의 30%대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델타 변이가 유행규모에 비해 치명률은 떨어진다지만, 유행의 규모가 폭발적인 상황이 오면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는데, 치료시설은 제자리를 답습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1년 반 이상 지속되는 팬데믹 사태에 대응하는 의료인력의 인내가 바닥에 떨어진 점이다. 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조합원의 60%를 차지하는 간호사들이 장기간의 방역전쟁에서 지쳐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대통령이 자랑해 온 방역성과를 지탱해 온 의료인력과 국민들의 인내가 바닥난 것이다. 반면 정부가 약속한 백신은 부족하고 감염병 치료체계 구축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 대폭발이 일어나면, 감당할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이라도 대폭발에 대비한 특단의 비상조치를 마련하고, 사태의 진정에 실패한 실정과 실책을 진솔하게 사과하고 국민의 협조를 새롭게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