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 안팎을 뜨겁게 달군 '보은 인사', '친일프레임', '먹방(먹는 방송) 논란' 등에는 모두 황교익 맛칼럼니스트가 중심에 있었다. 경기관광공사 신임 사장에 황씨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등 정치권 공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황씨 내정에서부터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기까지 모든 과정을 들여다본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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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경기아트센터 제공

12일, 내정 소식 처음 전해지자 정치권 '전문성 없는 인물' 비판 공세

황교익 유튜브 채널 등장·이재명 욕설 두둔 발언 근거로 '낙하산' 지적

 

지난 12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날부터 정치권에서는 '전문성 없는 인물이 공기업 사장에 내정됐다'며 이른바 보은성 인사가 이뤄졌다는 비판 공세가 시작했다.

이 지사가 지난 7월 황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황교익TV'에 나와 음식과 관련한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등 인연을 맺은 데다가, 황씨가 과거 이재명 지사의 욕설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이른바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황씨는 지난달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이재명이 가족에 한 욕이 심하기는 한데, 유년기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를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라며 "빈민의 삶으로 그 주변에 욕하고 거칠게 사는 사람들이 많고 거친 삶, 그런 환경 속에서 살게 되면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집어넣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낙연 캠프 공격 시작…내홍으로 번진 '친일'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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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이낙연 경선 후보가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놓고 지사직 사퇴 요구가 지속되는 것과 관련 "원인을 제거하면 될일"이라고 말했다. /명종원기자 lgiht@kyeongin.com

 

"일본 도쿄나 오사카관광공사에 맞을 분"

이낙연 대선캠프 상임부위원장 신경민 전 의원 발언에

"이낙연, 연미복 입고 있는 사진 본 적 있어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

 

보은성 인사 논란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공방이 이어졌으나 공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낙연 대선 캠프 상임부위원장을 맡은 신경민 전 의원의 발언이다.

신 전 의원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황씨에 대해 "지금 이분의 멘트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이렇게 많은 우리 음식 비하발언을 했는가라는 것을 깜짝 놀랄 정도로 굉장히 오랫동안 다방면으로 일본 음식과 한국 음식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를 쭉 해 온 게 있다"며 "일본 도쿄나 오사카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황씨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신 전 의원이 '오사카관광공사' 발언을 한 같은 날 오전 자신의 SNS에서 "이낙연은 일본 총리 하세요"라고 맞받아치면서다.

황씨는 이어 "정치권의 더러운 프레임 씌우기가, 그것도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후보인 이낙연 캠프에서 저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베들이 오래전부터 저에게 친일 프레임을 씌우려고 했고 저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이 이 프레임으로 저를 공격한 바가 있다"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게 던진 친일 프레임을 이낙연에게 돌려드리겠다. 이낙연이 일본통인 줄 알고 있다"라며 "일본 정치인과의 회합에서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낙연은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렇듯 '친일' 프레임으로 싸움이 확산하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황씨에게 자중하라는 취지를 밝히면서 과열된 논쟁을 수습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연일 이어진 친일 프레임 공방이 잦아들기 시작한 것은 이낙연 경선 후보가 황씨에 대해 사실상 사과에 가까운 유감을 표현하면서다.

이낙연 유감 표명에 휴전 양상

이낙연 "친일 문제 거론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사과

황교익 "입장 정리해 올리겠다" 이후 자진 사퇴 의사

 

이낙연 후보는 지난 19일 황 씨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저희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사과였고 친일 프레임 공방이 시작된 지 2일 만이었다.

이 후보의 발언에 황씨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저에게 친일 프레임의 막말을 직접 한 분이 아니시니 이 정도의 말씀을 하셨을 것이라 추측한다"면서 "제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 생명' '연미복' 등을 운운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해 일주일가량 이어져온 논쟁은 화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면서 황씨는 본인 거취와 관련해 "내일 오전까지 입장을 정리해 올리겠다"고 덧붙였고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오전 7시께 자신의 SNS에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황씨의 자진 사퇴와 이재명의 사과

황씨의 자진사퇴 의사가 전해진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황씨를 포함, 자신의 경선 경쟁 상대인 이낙연 후보에 대해서도 사과를 표현했다. 이 지사 본인의 SNS에서였다.

이 지사는 "황 선생님 본인도 인정했듯이 선을 넘은 발언에 대해서는 저 역시 우려하고 경계했다. 동의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면서 "사과드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낙연 후보님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이 지사는 이어 "그러나,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공인으로서 기여하고자 했던 한 시민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삶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 참담한 상황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다"면서 "다시 한번 황 선생님께 죄송하고 안타깝다는 말씀드린다"고 언급해 이낙연 후보와 황씨 모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렇게 황씨를 둘러싼 각종 논쟁이 일단락되면서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공석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최근 사장을 역임한 제8대 유동규 사장(2018년 10월~2020년 12월)은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 출신으로, 올 9월까지가 임기였지만 개인 사유로 지난해 말 중도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공석인 상태다. 황씨가 선임됐더라면 오는 9월부터 사장직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또 황씨 사퇴로 오는 30일 예정이었던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도 불발됐다. 오는 24일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으로 위촉될 예정이었던 경기도의원 15명도 허탈감을 전해왔다. 경기도민을 포함해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릴 만큼 심적 부담이 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영향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인사청문회를 위해 황씨와 관련한 인사 자료를 준비 중이었다.

또 다른 논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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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황교익TV에 출현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 황교익TV 화면 캡처

이재명, 보은성 인사 논란 잦아들자 '먹방 논란'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황교익 유튜브 촬영중이라는 사실 전해져

경기도 총책임자로서 무책임한 행보 정치권 안팎에서 목소리


보은성 인사 논란이 잦아들자 새롭게 고개를 든 것은 '먹방 논란'이다. 지난 6월 발생한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이재명 지사가 황교익씨와 유튜브 먹방 방송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화재 신고 접수 시간은 지난 6월 17일 오전 5시 35분이다. 이 지사가 황씨 유튜브에 출연할 때는 불길이 잡히지 않았던 데다, 진화 작업에 나섰던 50대 소방구조대장이 실종됐던 상황이라 화를 키웠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무책임한 행보였다는 목소리가 이낙연 캠프 쪽에서 나오며, 또다시 정치권 안팎에서 이 지사가 도정에 소홀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이재명 지사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사직을 사퇴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같은 날 오후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지사직 사퇴 요구가 지속 나오는 것과 관련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오게 원인을 제거하면 될 일"이라고 말해 에둘러 가세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