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던 황교익씨가 지난 20일 스스로 사퇴했다. 그는 사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신이 나게 일할 생각이었으나 소모적 논쟁을 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임명권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의견을 존중해 의사를 존중한다며 사의를 수용했다. 그가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대선 주자인 이 지사가 형수 욕설을 감싸준데 대한 보은인사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로써 황씨 내정 이후 불거졌던 당내 갈등과 정치적 논쟁은 일단락됐으나 친일 논쟁과 특정 후보에 대한 독설 등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공사가 사장 응모자격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으로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공사가 지난달 공고한 '사장 응모자격'은 관광 마케팅·개발 또는 공기업 분야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 경영자로서 자질과 품성, 추진력·소통·공익성을 조화시킬 능력, 대외적 교섭능력, 변화·개혁지향의 사업능력을 갖춘 분 등이다. '관련 분야 경력'과 '전문성' 이 조건인 이전과 달리 '경영자로서 자질과 품성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경기도는 도의회에서 수차례 산하기관장 자격 완화를 요구했고, 관피아 논란이 이어져 유능한 민간전문가들에 문호를 개방한다는 취지로 기준을 바꾸게 됐다고 해명했다. 지나치게 높은 문턱을 낮춰 퇴직공무원이나 석·박사들에 한정되는 불합리를 개선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정량이 아닌 정성 평가에 집중하면서 황씨와 같은 민간전문가들이 산하기관장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문턱을 지나치게 낮추면서 임명권자의 보은인사와 특정 정치세력의 자리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도 산하 기관장의 자격을 대폭 완화한 이른바 '열린 채용'은 정량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기교통공사 초대 임원과 여성가족연구원 임원 모집 과정에서도 역량과 능력이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기준이 제시돼 논란이 일었다. 관피아는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측근 인사 채용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황교익 사태는 막을 내렸지만 열린 채용의 취지는 살리되 임명권자가 전권을 행사할 여지는 줄여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