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대선 경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내 분란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지만, 곳곳에서 후보를 저격하는 발언이 쏟아지는 등 서로 물고 뜯는 말싸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아무리 승자만 살아남는 경선이라지만 상대를 깔아뭉개고 저주의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으면서 '굿판'을 벌여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지금까지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당내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진심을 담아 국민과 당원께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는 많은 국민과 당원들께서 애타게 기대하시는 대로 꼭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선거"라며 "비록 그 방법론과 절차에서 다소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선관위가 출범하는 이상 이런 이견보다는 정권교체를 향해 모두 결집하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이준석 대표 당내 분란 공식사과에도… 굿판 벌이듯 서로 도발
최고위원·캠프인사 막말… 본경선 후보 등록도 전 상처투성이
그러나 장외에선 험담과 상대를 끌어내리는 언어들이 폭주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봉원반점'에서 '홍 의원과 손잡을 생각 없나'라는 질문에 "없다. 싫다. 당선 가능성이 별로인 것 같다"면서 홍준표 의원을 저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홍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이길 것 같다'는 예측에 "그러면 큰일 난다"고 했다.
당사자인 홍 의원은 발끈했다. 자신의 SNS에서 "진박(박근혜) 감별사로 나라와 박근혜 정권을 망친 사람이 진윤(윤석열) 감별사로 등장해 당을 수렁에 빠뜨리고 새털처럼 가벼운 입으로 야당을 농단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최고위원은 "편집 실수로 잡담한 것이 그대로 나갔다"며 "영상을 곧바로 내리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사과했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습적인 입당과 토론회 보이콧, 당 대표를 향한 캠프 인사들의 잇따른 도발적 발언으로 '선'을 넘었다며 작심 비판했다.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의 '당 대표 탄핵' 발언, 익명의 캠프 관계자를 인용한 '비상대책위원회 추진' 보도, 그리고 전날 민영삼 전 국민통합특보의 '이준석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발언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캠프 인사들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윤 후보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