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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간호사 /경인일보DB
 

"우리(간호사)를 '굴렁쇠'라고 해요. 일을 시키려고 굴리면 굴러간다고."


A씨는 경기도의료원 산하의 한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6년 차 간호사다. 지난해 1년을 코로나19병동에서 보내고, 최근 다시 코로나19병동으로 돌아왔다. 사직 의사까지 밝히며 '운 좋게' 간 일반 병동 근무는 고작 6개월.

그는 다시 환자의 '손과 발'로, 보호자들이 쏟아 붓는 민원 전화와 환자의 폭언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환자 손발노릇·보호자 잇단 민원…
코로나 환자 늘면서 병상 확대불구
기존 예정 인력만 확충 '체감 제로'


코로나19병동은 환자가 호출할 때마다 간호사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 호출이 올 때마다 방호복을 입었다가 벗기를 반복한다. 장갑을 3겹이나 껴서 테이프 하나 뜯는 것도, 혈관을 잡기도 쉽지 않다. 고령 환자가 많을 때는 기저귀도 갈아야 하고 밥도 먹여 드려야 했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한 이후에는 어떤 증상,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항상 긴장 상태로 병동 CCTV를 확인한다. 음압 병동에 들어온 환자의 입원과 퇴원은 물론, 정부가 보낸 파견 인력에 업무를 알려주고 관리하는 것도 본원 간호사의 몫이다.

평균 8명이 병상 30여 개를 맡는데, 본원 간호사가 부족해 파견 인력이 상당 부분을 채우면서 실제 코로나19병동의 모든 책임과 관리는 3~4명의 본원 간호사가 떠안는다.

여기에 더해, 간호사실로 걸려오는 보호자들의 민원 전화에다 A씨는 최근 다른 환자의 호출로 10분가량 늦게 왔다고 환자로부터 "과장한테 말해서 너 목을 잘라버리겠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환자가 늘면 병원은 병상을 확대한다. 그러면 인력도 늘어야 하는데, 인력은 부족해 간호사들을 레몬즙 짜듯 쥐어짜 1개 병동에 필요한 간호사 머릿수를 채운다"며 "이렇게 1~2년을 지내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인력을 늘려 달라고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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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경인일보DB

공공의료 확충 말뿐 현장외면 호소


A씨처럼 1~2년을 살아온 보건의료노동자들은 결국 파업을 예고했다. 정작 이들을 지원해야 할 정부는 의료진 덕분에,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말만 내뱉을 뿐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특히 공공병원 코로나19병동에서 일하는 이들의 처우는 더욱 열악하다. 민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1년 내내 채용 공고를 올려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인 데다 처우 개선을 체감할 인력 확충도 없었다.

실제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 6곳의 간호직은 2019년 637명에서 지난달 말 기준 735명으로 2년간 98명밖에 늘지 않았다. 이마저도 코로나19가 아닌, 각 공공병원의 경영계획상 매년 늘어날 예정인 인력 증원이었다. 더욱이 경기도의료원은 경기도 산하기관 중 하나로 인력 증원도 한정적이다.

경기도의료원 B병원 노동조합은 "경기도의료원은 경기도 공공기관 중 한 곳이라 인력 확충을 요청해도 '늘릴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이다', 'B병원을 늘리면 다른 곳의 배정될 인력이 줄어든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도 각 공공병원에 내려진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인력 충원 문제는 각 공공병원의 경영 문제와도 연관이 있어 매년 협의하면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