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와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등 전국 6개 지하철 노조로 구성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가 파업을 예고했다. 법정 무임승차 손실액에 대한 국비 보전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내달 연대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들 노조의 파업으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될 경우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직장인과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이나 경기 자택에서 서울 직장까지 출퇴근하려면 자가용을 몰고 나오거나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의회 요구 사항은 '법정 무임승차 손실 등 공익 서비스 비용에 대한 국비 보전'이다. 인천교통공사 등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정부의 복지 정책에 따라 노인, 장애인, 유공자 등에 대해 법정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손실액은 도시철도 운영기관이나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법정 무임승차 손실액은 2019년 기준 약 6천455억원으로, 도시철도 당기순손실의 59.4%를 차지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가 빨라지고, 도시철도가 광역화함에 따라 법정 무임승차 손실은 늘어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유료 수송 인원은 급감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영난이 법정 무임승차 제도와 코로나19 사태로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정부는 코레일의 법정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항공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협의회 요구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일리가 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경영난을 겪게 되면, 노후 시설 보수 및 전동차 교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노후 시설에 대한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시민 안전은 위험해진다. 도시철도 경영난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필수 공공재다. 다른 대중교통 수단보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법정 무임승차 손실액과 관련해 정부는 국비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국회는 관련 법률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지하철이 멈춰 교통대란이 일어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한 후 뒤늦게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가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국비 보전을 정부에 요구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