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태풍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교회 첨탑' 붕괴 사고가 이어지지만 경기도는 여전히 법령 미비 등을 이유로 첨탑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가 노후 첨탑 철거 비용 400만원을 지원하는 등 '교회 첨탑 점검 대책'을 꺼낸 것과 대조되는 가운데, 해마다 거세지는 가을 태풍이 시작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노후 구조물 철거 대책 대조
道 "사후 규제·관리 대상 아냐" 뒷짐
태풍으로 교회 첨탑이 무너진 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7년에는 안산에서 벼락을 맞은 교회 첨탑이 기울어지며 전신주를 건드렸고 주택 30여 가구가 정전됐다. 또 시흥, 고양에서는 첨탑이 떨어져 주차된 차가 훼손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9년 '링링'의 영향으로 수원시 권선구의 한 교회 3층 옥상에 설치된 7m 길이의 첨탑이 인도로 추락해 주차된 차량과 주변 시설을 파괴한 적도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도로에 사람이 있었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해당 교회 인근 주민 배모(70)씨는 "인근에 20~30년 이상 된 교회가 2곳 있는데, 다 첨탑이 높다"며 "태풍이 불면 '쾅쾅'하는 소리가 나고 붕괴 위험도 커 강풍이 불면 도로를 우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지난달 13일 '교회 첨탑 철거 지원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교회 7천919곳의 첨탑 설치 여부를 조사해 높이 4m 이상인 낡은 첨탑에 대해 이달 말까지 구조전문가와 함께 안전 점검을 벌이고 있다. 점검 결과 안전등급 기준 미달 시, 자치구를 통해 건축물 소유자와 관리자에게 시정 명령을 내리고 철거할 경우 최대 400만원 철거비도 지원한다.
건축법에 따르면 교회 첨탑은 공작물로 분류된다. 종교시설 내 4m 이상 첨탑구조물은 공작물 축조 신고대상으로, 축조할 때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또 8m 이상일 경우에는 구조안전과 내진확인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 규제가 신규 첨탑구조물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기존에 설치된 노후 첨탑구조물에 대해서는 적용이 되지 않는 점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노후 첨탑은 사후 규제나 관리 대상은 아니다"라며 "철거비용을 지원하는 등 경기도 차원의 교회 첨탑 정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조수현·이자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