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일본, 독일의 제조업 비중은 20%대, 미국이 10%대이나 한국은 30%대에 이른다. 그동안 서비스업 위주의 산업구조 고도화가 진행되었음에도 제조업은 여전히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버팀목인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다. 지난해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한 세계 각국의 제조업 경쟁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독일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랭크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한국경제 성장률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은 전적으로 제조업 경쟁력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내 제조업에 우려스러운 징후가 확인되었다. 한국의 제조업 인력이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보다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23일에 내놓은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 추이'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근로자 비중이 2010년 15.7%에서 2020년에는 30.1%로 14.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비중은 35.1%에서 27.8%로, 청년층(15∼29세) 비중은 21.6%에서 15.2%로 축소되는 등 역(逆)피라미드 구조로 변했다.

국내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0년에는 42.5세로 3.3세 증가한 반면 일본은 41.6세에서 42.8세로 1.2세 높아졌으며 미국은 44.1세에서 44.4세로 0.3세 오른데 그쳤다. 주요제조업 강국인 미국, 일본에 비해 한국 제조업의 고령화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한경연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하면 2026년부터 한국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이 미국과 일본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과 각종 기업규제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특히 엄격한 노동규제에 따른 정규직 과보호로 제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면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탓이다. 제조업 일자리는 2010∼2015년 사이에 56만7천명이 늘었지만 2015∼2020년에는 7만1천명 증가에 그쳤다.

국내 제조업 및 국가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스트 코로나 혁신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산업구조로의 업그레이드가 현안이다. 규제개혁과 노동 유연화, 생산성 임금 위주의 제조업 리스트럭처링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