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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 /경인일보DB

#경기 광주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한모(48) 씨는 오후 9시가 다가오면 대리운전 어플리케이션을 켠 휴대전화기를 두 손으로 바짝 쥔다. 단 한 명의 손님이라도 잡기 위해 운전기사 수십 명이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점, 술집 등 영업제한 시간이 오후 10시에서 9시로 바뀌자 대리운전 영업 '피크(최고조) 시간'도 한 시간 당겨지면서다. 한씨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아예 하루를 허탕치거나 빈손으로 돌아갈 수 도 있다"면서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콜이 사라지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핸드폰을 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로 3년째 전업 대리운전 기사인 이모(34) 씨는 최근 낮 시간대에 탁송 운전 일을 시작했다. 드문드문 들어오던 대리운전 콜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뚝 끊기자 생계유지를 위해 '투 잡(two job)'을 뛰게 된 것이다. 이 씨는 "많게는 하루 10콜도 뛰었는데, 지금은 2콜이면 많이 하는 것"이라며 "이 일(대리운전)만으로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10시서 9시로 단축되자 대리운전 기사들 '벼랑 끝'
방역당국 보완책 마련했지만 '통행금지' 수준으로 손님 줄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음식점, 술집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10시에서 9시로 단축되자 가뜩이나 어려웠던 대리운전 기사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 완료자가 포함된 일행은 오후 6시 이후에도 최대 4명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게 대리운전 기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씨는 "'통행금지' 수준이라 느낄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 (대리운전) 일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니 처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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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한기석 전국대리운전노조경기지부장이 경기도청 앞에 나와 "대리운전 기사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제공

피크시간대 콜 요금 줄어든 것도 큰 부담
대리운전기사들 거리로 나와 대책 호소

상황이 이렇자 줄어든 고객들을 두고 대리운전 기사들의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그나마 음식점 마감 시간인 9시 전후로 콜이 집중돼 있는데 대리운전 예약 어플 등에 올라온 콜은 기사들이 고민할 틈도 없이 1초 만에 사라지기 일쑤다. 기사들이 선호 지역을 골라 고객과 가격 흥정을 하던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피크시간대 콜 요금이 줄어든 것도 기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에서 성남까지 2만 원이던 요금이 1만5천 원으로 떨어졌다. 술집 등의 영업시간이 10시까지이고, 4인까지 사적모임이 허용됐을 때는 10시를 기해 콜이 몰려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고객이 적어 기사들이 낮은 가격이라도 울며 겨자 먹듯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이 가중된 대리운전기사들은 거리로 나와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지난 23일엔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듣고 긴급생계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