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만지작거리던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 이유로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뒤 "첫발을 뗀 것"이라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코로나19 경제상황을 감안해 유지했던 초저금리 시대의 종료를 시장에 통보한 셈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했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저금리로 풀린 유동자금으로 금융불균형이 심각했다. 즉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됐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 자체가 불안해지고 실물경제는 왜곡됐다. 이런 상태를 방관했다가는 국가 경제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고, 한은은 올 초부터 시장에 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이 총재의 희망대로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가 둔화돼 금융불균형이 해소된다면 한은 입장에선 통화정책의 실효를 거두고 그 결과로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불균형 현상이 해소될지는 미지수이다. 통화정책 목표에 도달하려면 몇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이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폭탄을 서민들이 껴안아야 하는 현실이다. 금융불균형의 핵심인 부동산 가격폭등은 정부의 정책실패 탓이다. 내놓는 정책마다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켰다. 국민들이 영혼을 끌어모아 빚을 내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올인한 것도 부동산 버블이 초래한 부작용이다. 일자리 없는 청년과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중·노년층은 빚을 내 창업했다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가계부채 1천800조원이 넘는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되면 앉아서 수조, 수십조원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금리 인상의 피해를 국민이 감수하는 형국이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가 늘어도 일을 할 수 있으면 갚을 수 있다. 그런데 일자리도 없고, 장사는 안 되고, 창업대출 길도 막혔다. 한은은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강조하지만, 서민 영역의 경제현실은 참담하다. 서민들이 일을 해서 늘어난 이자를 갚기가 요원한 실정이다. 답답하고 기막힌 현실에 정부는 무어라 답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