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3일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탄생한 법원의 날이다. 인생은 실전이다. 경미한 범죄(경범죄)를 저지르면, 경찰관이 현장에서 바로 범칙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딱지'를 손에 쥐게 된다. 법정에 설 수도 있다. 전과 기록엔 남지 않지만, 판사가 직접 형벌의 무게를 정하는 '즉결심판'(卽決審判) 법정이 있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지법 즉결법정 재판장 최현정 판사 앞에 경범죄 사범이 차례로 섰다. 이날 34명의 피고인들이 즉결법정에 나왔다. 심리와 선고는 1시간여 만에 모두 끝났다.
단순 생계형·우발적 범죄 등 경우
위반 확인 심리·선고 1~2분만에
경찰 요청 檢 기소독점주의 예외
16번째 피고인 A(60)씨는 방청석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내내 '아이고, 아버지'를 찾았다. A씨는 지난 7월1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목욕탕 계단에서 화분 3개를 훔쳤다.
판사의 호명을 받고 피고인석에 선 그는 떨리는 두 손을 모으고 이번엔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최 판사는 "다른 사람 가게에 들어가서 아무 물건이라도 가지고 나오면 안 된다"며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부산역에서 경부선 고속철도(KTX)를 타고 수원역까지 왔다가 무임승차 혐의로 즉결심판을 받은 B(36)씨는 '위반사항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당당하게 "저는 범죄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B씨는 본인이 중증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약을 복용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고 설명하면서 울산역에서 승무원이 운임을 내야 한다고 안내하면서도 내리라고 하지 않아 계속 타고 수원까지 왔다며 억울해 했다. 최 판사는 막무가내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B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즉결심판은 최근 10년(2010~2019년)간 전국 법원에서 연 평균 6만559건 열렸고, 이중 수원지법 본원과 5개 지원(성남·여주·평택·안산·안양)이 전체의 15.7%인 연 9천500건을 처리했다.
보통 한 피고인 당 심리와 선고까지 1~2분 안에 끝난다. 즉결심판 재판장은 '위반 사항을 인정하느냐, 왜 범죄를 저질렀느냐, 더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일선 경찰서 생활질서계의 즉결심판 업무 담당 경찰관은 "즉결심판은 경찰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곧장 판사에게 판단을 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검찰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라고 한다"며 "죄가 명백하고 다툼이 없는 단순한 생계형, 우발적 범죄 등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선에서 처벌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손성배·이시은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