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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유통 스테로이드 제품. 기사내용과는 관련 없음.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스택 관련 문의 개인 톡 주세요."

사회관계서비스망(SNS)을 통해 약물을 불법 유통하는 채팅방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채팅방에는 '예나스테론', '스택(스테로이드 투약 매뉴얼)' 등 불법으로 유통되는 약물 복용법, 벌크 업(근육 성장) 후기 등과 같은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한 참가자는 예나스테론을 주사기 형태로 투약 중이라며 인증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월부터 사용한 예나스테론 투약 일지를 올리기도 했다. 예나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주사 타입 치료제다. 호르몬 수치를 끌어올리면 근 성장이 빨라지고 운동 후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의사 처방 없이 이러한 약물을 처방받을 수 없지만, SNS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약물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SNS서 하루 수십건씩 정보 공유
스택 등 복용법·투약일지 올라와
온라인카페서도 손쉽게 접근 가능


162명이 모여있는 이 채팅방은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곳에는 주로 피트니스 대회를 앞뒀거나, 약물 투약으로 근육량을 급속도로 늘리려는 이들이 모였다.

채팅방 이름을 알면 누구나 익명 참여가 가능하다. 약물 정보나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글도 계속해서 올라온다. "약사 지인한테 (약물을) 얻어오는 데도 너무 비싸", "제약(에서 약물)은 구하기가 어렵다. A사 약물을 쓰세요. 가성비 좋아요"와 같은 식이다.

채팅방을 통해 약물을 구하려는 이들도 많다. 오픈 채팅방 상단에는 약물 판매원 연락처가 있고, 약물을 구하려는 이들이 판매원에게 직접 일대일 연락을 취하면 된다.

온라인 카페에서도 약물 판매원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취재진이 직접 연락한 한 판매원에게 스테로이드 가격을 묻자 최소 30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몸 사진을 보내주면 목적에 맞는 약을 추천해주겠다"며 "3일 이내로 약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약물을 불법 유통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의료진 처방을 받아서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답을 회피하려는 듯 보였다.

"몸사진 보내면 목적에 맞게 추천"
마약과 달리 식약처 단속 유일 규제


정부에서 약물 불법 유통을 근절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거래가 판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과 달리 약물 오남용 문제는 사실상 식약처 단속만이 유일한 규제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화성 동탄의 한 유흥가 골목에서도 에페드린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가 무더기로 발견(8월11일자 7면 보도)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두 달가량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다.

불법 유통된 약물을 구매한 자에게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서정숙(비례대표) 의원실에서는 "인력 부족, 관련 법 부재 등을 이유로 약물 불법 유통 적발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불법 유통 약물을 구매한 자도 처벌 가능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올해 통과됐다. 내년 7월 시행 뒤에는 식약처뿐 아니라 경찰도 유통망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