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김포의 한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A4용지 2장의 편지 속엔 노조를 향한 실망과 분노, 원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31일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사망 현장에 남겨진 편지'라며 유서를 공개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사망한 이모씨는 지난 4월부터 대리점 관할구역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택배기사와 마찰이 있었는데, 이들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가입하며 갈등이 심화했다.
연합회가 공개한 유서에는 "처음 경험해 본 노조원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며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로 지속적인 괴롭힘, 공격적인 언행을 겪는 한 사람에게는 정신적 고통과 상실감의 연속이었다"며 "대리점 소장을 파멸시키겠다는 지속적인 집단 괴롭힘에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이 시점 이들이 원하는 결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너무도 억울하다"고 적었다. 이씨는 유서에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12명의 이름을 적고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연합회는 "어떠한 위로도 유족의 아픔을 달랠 수는 없지만, 고인과 유가족 뜻의 따라 해당 조합원의 잘못을 밝히고 처벌이 내려지도록 돕겠다"며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마련하라"고 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이 사건과 관련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원청의 책임전가 속에 을과 을의 싸움에서 빚어진 일로 보인다"며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자체조사한 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고, 경찰조사가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비극적 사건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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