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코끼리의 코만 만진 사람은 '길고 물컹한 동물'이라고 알 것이고, 다리만 만진 사람은 코끼리를 굵은 기둥과도 같다고 생각할 테다. 결국 코와 귀, 다리, 꼬리 등 코끼리의 모든 부분을 확인해야 전체적인 코끼리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자도 거대한 사안을 여러 각도에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진실에 그나마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언론 개혁이 화두인 요즘, 코끼리를 떠올린다. 우리 주변엔 여러가지 기사가 있다. 기자가 봐도 정말 잘 쓴 기사가 있는 반면, 부실하거나 마치 일부가 전부인 것처럼 부풀린 기사도 있다. 의도적 짜깁기 기사도 있고, 몇 년에 걸친 탐사 끝에 결실을 맺은 기사도 있다. 수많은 언론사에 있는 기자 수 만큼이나 코끼리의 형상은 제각각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단순히 코끼리를 그리는 차원을 넘어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다. 그리고 또 가변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상황이 속출한다.
최근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는 코끼리의 모든 면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과연 코끼리의 앞과 뒤, 옆, 위, 아래를 모두 살펴볼 의지가 있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매우 과격한 방식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진실을 알아가는 일은 단순 처벌조항 몇 개 만든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다양한 코끼리 그림이 나온 이유와 과정을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 비로소 개혁을 논의할 수 있을 테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