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가운데 오접종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보다 철저한 방지 대책이 요구된다.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21명에게 잘못 접종한 사고가 발생했고, 평택성모병원은 접종 기한이 지난 백신을 104명에 오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 고대 구로병원에선 140여 명이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맞았고, 울산 동천 동강병원에서도 91명에게 오접종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국민들의 백신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 병원 대부분은 화이자 백신의 냉동과 냉장 유효기간을 혼동해 백신을 오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 백신은 냉동 상태에서 보관하고 해동한 뒤 환자들에게 접종하는 진행과정을 거친다. 냉동 상태에선 최장 6개월 보관할 수 있지만 냉장고(2~8℃)에서 해동한 후 한 달이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 상온 해동 때에는 최대 2시간 안에 사용해야 하며 바이알(병)을 열어 식염수에 희석했다면 6시간 안에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맞았는데도 이들에게 부작용 등에 대한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어떠한 대책도 없었다는 점이다. 병원 측과 해당 지자체에선 오접종 대상자에게 뒤늦게 문자 발송하고 질병관리청에 보고한 게 전부였다. 해당 지자체에선 이상 반응 모니터링에 돌입했다고 하지만 유효기간을 넘긴 백신 접종자들에게 항체가 얼마큼 생겼는지는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재접종 여부를 놓고 전문가에 자문한 뒤 필요성이 인정되면 이들에게 재접종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미 백신에 대한 불신감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특히 국민들은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의문점을 갖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백신 오접종 불신까지 이어져 혼란에 빠졌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26일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발생한 오접종 사례가 총 895건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사실상 임상을 생략한 채 접종과 임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최초의 백신들이다. 그런 만큼 백신 보관, 접종 수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이를 어긴 오접종의 결과는 임상 추적 관찰로만 가능하다. 방역당국이 접종률을 높이는데 정신이 팔려 오접종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국민이 희생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