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내 회계 업무, 인력 채용 등을 교사가 떠안으면서 교육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뒤로 밀립니다."
오산 운산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 이채진씨는 교육부가 유아에 지원하는 바우처 제공부터 유아 지원금 산정, 방과 후 교사 인력 채용, 연차 수당 등 급여 계산 등은 물론 이 같은 예산은 어떤 예산에서 사용할 지 등 전반적인 유치원 회계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학교 업무 분장이 명확하게 나누어지지 않은 데다 병설 유치원은 별도 행정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이씨는 "공립유치원 교사의 일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리고, 각종 회계 업무와 인력 채용 등의 업무를 모두 맡아 처리해야 한다"면서 "경기도교육청에 어려움을 토로해도 학교 안에서 민주적으로 처리하라는 답변만 내놓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교사로서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고민만 남는다. 교사로서 배우고 연구하며 교육에 헌신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이하 경기지부)는 8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학교업무정상화 교사 요구서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를 포함한 경기도 관내 학교 1천473곳의 교사 9천930명이 참여한 학교업무정상화 교사 요구서를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했다.
또한, 경기지부는 지난 5월 18일부터 28일까지 교사 8천171명이 참여한 교원업무정상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유치원 교사 1천672명 중 74.7%는 유아학비 시스템 지원 및 정산 업무를 가장 시급하게 이관해야 할 행정업무로 꼽았다. 초등과 특수는 방과 후 학교 운영, 중등은 CCTV 관리 등 각종 행정업무의 이관을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초·중등교육법 제20조, 유아교육법 제21조에는 교사의 일이 학생 교육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교육과 학생상담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인력채용과 회계, 시설관리 등 밀려오는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하루하루 소진되고 있다"면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저해할 정도로 과중한 행정업무는 교육의 질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각종 물품의 견적을 내고 10원 단위 맞추며 품의하는 일 말고 교육과정 연구와 개발에 시간을 쓰고 싶다"며 "행정업무가 아니라 학생 교육을 하고 싶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시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