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 경선이 본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여권은 1차 슈퍼위크를 앞두고 '의원직'을 던지며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고, 야권에선 스스로 '괴문서'로 규정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공작으로 대응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웅 의원실을 압수 수색하는 초강수로 대응, 여야의 경선판이 마치 본선 못지않은 긴장감과 긴박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정권연장'과 '정권교체'를 놓고 '전쟁'이 무색할 격전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래서 12일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변곡점이 될 '판도라의 상자'가 처음 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차 슈퍼위크'로 명명된 이 날은 1차 선거인단으로 모집된 64만여 명의 표심이 드러납니다. 지금의 민심이 어떤 후보를 향하는지 미리 가름하게 되지요.
정치권의 관심은 민주당이 오는 14일 오후 9시까지 진행하는 3차 선거인단 모집이 애초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차 투표 결과가 조기 경선 완료에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3차 선거인단 모집에 아직 시간적 여유는 남아있지만, 9일 기준 11만여 명에 이른 걸 고려하면 1차(64만1천922명)와 2차(49만6천339명)보다 확연히 적을 것으로 전망되거든요.
현재 권리당원과 일반당원, 국민을 포함한 민주당의 전체 선거인단은 210만~220만 명가량이 될 것으로 보이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매직넘버는 55만 표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결국, 최대 표가 걸린 1차 슈퍼위크가 곧 대세론을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이 지사는 첫 지역순회경선이 열린 대전·충남지역 본경선 투표에서 54.81%로 과반을 넘기며, 2위 이낙연 전 대표(27.41%)를 더블스코어 차로 눌렀고, 다음날 세종·충북에서도 54.54%로 이낙연 전 대표(29.72%)를 따돌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한 상황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칼을 빼 든 곳은 광주였습니다. 광역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주의와 민주당, 대한민국에 진 빚을 갚겠다"고도 했습니다.
의원실에 속한 보좌진 모두 면직하고 방을 빼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마치 백제의 계백 장군이 신라와의 최후의 전투에서 자신의 식솔들을 스스로 베고, 전쟁에 임했던 모습을 연상할 정도로 굳은 의지를 보였지요.
그러나 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임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더 여유를 보이고 있지만, 심적으론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주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 즉 한 줄 평가는 이 전 대표의 사퇴 카드가 다음 경선지 대구·경북(11일)과 강원(12일) 순회경선, 1차 슈퍼위크에서 효과(?)를 드러낼지에 모아집니다.
→9·10 이틀째 '국민 면접'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은 한 때 좌파 최고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을 면접관으로 '국민 시그널 면접'을 펼치며 나름 눈길을 잡았으나 김웅 의원의 '고발 사주' 문건 논란에 야당 의원실에 대해 공수처가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 때아닌 야당 탄압 논란에 휩싸이는 모습입니다.
이 와중에 논란의 축에 있는 윤석열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다소 빠지고, 추격하는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경선판이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심각한 야당 탄압"이라며 "우리 당으로 들어온 공익제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당의 문제지 공수처가 개입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당 대변인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는 논평을 잇달아 냈습니다.
압수수색을 당한 김웅 의원은 "저는 참고인에 불과하다. 압수수색에도 그렇게 나온다. 참고인에 불과한 야당 정치인을, 그것도 충분히 협조가 이뤄지는 걸 알면서도 의원회관에 들어와 자료를 뽑아가려고 하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정치공작"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폭정을 연장하기 위한 공수처의 광기 어린 칼부림을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엄포성 메시지도 쏟아졌지요.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측근 검사를 통해 야당에 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것이지요.
-핵심 쟁점은 검찰 측 인사가 실제로 고발장을 전달했는지, 이를 계기로 야당 인사가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여부일 겁니다.
고발장 전달의 통로로 지목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 그리고 고발 사주 의혹의 최종 당사자인 윤 전 총장이 8일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진실은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의혹은 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 등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리스크가 줄을 이으면서 여의도에서는 '무야홍'(무조건 야당후보는 홍준표)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요.
'홍나땡'(홍준표가 나오면 땡큐)이라며 '윤석열 때리기'에 집중해 온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당내 대권 주자들도 다소 당황한 기색이지만 일각에선 홍 의원의 상승세가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긴 합니다.
다만 경선 조정기에 들어간 국민의힘 경선판은 윤석열 흔들기에 대한 반사적 효과가 어느 정도 먹혔다고 볼 때 앞으로 국힘의 경선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상들이 전개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취재 = /정의종·김연태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