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산업은 새로운 IT 기술로 기업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양측 모두 이롭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중간 단계가 사라져 시간·금전적 효과가 커진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플랫폼 산업이 침투한 택시업계 이야기는 달랐다. 택시 등 호출서비스 80% 이상을 점유한 절대적 시장 지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 출시 이후 택시업계는 우울감(Blue)에 시달리고 있었다.
중간에 중개법인이 생기며 소비자 부담 수수료가 커졌고 기사와 택시업체 모두 힘들어졌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목소리다.
택시 법인들이 지역 할당제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게 되는 등 산업구조는 복잡해졌다. 플랫폼의 역설이다.
택시는 공공이 요금·서비스에 직접 개입해 세심하게 조율되는 분야다. 대중의 삶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여느 때보다 택시업계를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 편집자주
'9월 (카카오T)블루 배차 29대'. 지난 8일 찾아간 의정부 A 택시회사 배차실엔 이런 공고가 붙어 있었다. 전체 기사 75명 중 29명 기사만 카카오T블루(이하 블루)를 운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19년 출시한 블루는 승차거부가 불가하고 근거리의 경우 호출에 따라 무조건 배차가 가능하다. 승객은 이런 서비스의 대가로 실시간 호출량에 근거해 3천원 이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블루 배차를 받지 못한 택시기사 서한갑(가명)씨는 "이번 달엔 100만원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9명 안에 들어가지 못해 지난 26일 동안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교대조 없이 혼자 '풀(full)차'를 몰았기 때문이다.
의정부 한 택시회사 29대 배차 공고
전체 75명중 일부… '탈락자' 한숨
지난 8월 한 달에만 338시간(휴게시간 포함)을 운행한 서씨의 매출은 550만원이었는데 실제 수입은 185만원에 그쳤다. 하루 평균 매출은 21만원 정도였던 셈인데 블루 독식이 시작되기 전엔 풀차로 하루 30만원 정도는 매출이 나왔다는 게 서씨의 말이다.
한 달 매출 중 450만원 가량은 회사에 '월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기준금)'으로 냈고, 9만9천원의 카카오 '프로멤버십'(우선배차권) 비용까지 지불했다. 기본급으로 받는 100만원 가량을 더하더라도 통장에 찍히는 돈은 18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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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는 사정이 그나마 낫다. 서씨는 "사납금(월 기준금) 못 채워 기본급도 못 받는 기사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블루로 호출이 몰리며 블루를 못 받은 기사들 어려움이 가중된 것이다.
"월 338시간 근무… 수입 185만원"
결국 카카오 '프로멤버십' 추가비용
업계·기사들 "플랫폼 출현이 족쇄"
이런 상황의 이면엔 '지역할당제'가 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중개법인을 통해 지역별로 블루 운행 대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한다. 의정부에 184대, 성남에서 595대까지 운행되는 식이다. 할당량을 다시 택시회사와 개인택시가 나눠 갖고 택시회사는 소속 기사 중 블루 운행자를 추려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블루를 받은 택시와 그렇지 못한 택시의 수입 격차가 생겨났고, 블루 배차를 못 받은 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프로멤버십과 같은 또 다른 호출 서비스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택시 호출 플랫폼 출현으로 영업이 편리해진 게 아니라 기사들을 옥죄는 족쇄만 늘어났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 관련기사 3면(카카오와 택시법인 사이 가맹·지역본부… '지역 할당제' 폐단)
/이여진·조수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