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성남시 판교에서 인도 환풍구가 붕괴해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신도시 광장에서 개최된 유명 여성그룹 공연을 보던 관람객들은 환풍구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20여m를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건물 주차장과 연결된 환풍구 위에 27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참사가 난 것이다. 행사 주최사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고 수천 명이 몰리는 공연을 개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고 관련자들은 사법 처리됐고, 정부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고 뒤 관련 당국 합동조사에서는 안전에 취약한 환풍구 설치 실태와 부실한 관리 등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확인돼 충격을 줬다. 하중에 취약한 환풍구 특성에도 불구, 위험성이 간과됐다. 국토교통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구조물 자체의 고정 하중 외에 사람이나 물건 등을 올려놓을 때 생기는 하중의 최소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한 환풍구 위쪽에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주변에 관목이나 조경수를 심고, 환풍구 높이를 2m 이상으로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관리 사각지대란 지적에 따라 해당 지자체로 관리 주체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도내 일부 환풍구는 여전히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부실한 상태로, 언제든 대형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자체는 정기 점검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부가 지난 2015년 파손되거나 균열이 발생한 환풍구들을 조사한 결과 전국 불량 환풍구 140개소 가운데 111개소가 도내에 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풍구 관리 주체가 여전히 이원화돼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철도와 지하철 노선이 속속 들어서면서 환풍구도 늘고 있다. 지하 통로로 연결되기에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에 이르는 등 참사로 이어진다. 판교 참사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책을 발표했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언제든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시설 안전부터 관리 주체까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종합 처방이 시급하다.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
[사설] 판교 환풍구 참사 잊은 안전불감증
입력 2021-09-14 21:41
수정 2021-09-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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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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