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리나라 수출이 작년보다 35% 급증한 532억3천만 달러를 기록해 8월 기준 역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최단 기간 내에 수출 4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추세를 유지하면 올해 사상 최고 수출기록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며 고무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다.
글로벌 경기회복 영향 때문이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7월과 8월 두 달 연속 지난해 대비 반 토막이라 박수 치기는 이른 느낌이다. 무역흑자액이 지난 7월 17억7천만 달러에 이어 8월에는 16억7천만 달러로 작년 8월 36억5천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낸 것이다. 수출 호조 못지않게 수입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때문이다.
수입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화근이다. 국내 에너지 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국제가격이 지난해 배럴당 40달러대에서 올해 70달러대로 급상승한 터에 석탄 가격도 올 들어 배나 올랐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세는 4개월째 이어져 8월에는 7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달러화 강세도 우리나라의 교역조건 악화에 한몫 거들었다. 이달 초 1천150원 아래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 13일에는 1천175원에 마감했다. 달러 강세는 달러로 대금을 받는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나 수입가격도 함께 올라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염려된다. 1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겨울의 유가가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투기수요까지 가세한 데다 세계 탄소 중립 부각에 편승해 유전과 광산 개발이 지체된 것이다.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1, 2위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 부진 우려도 부담이다. 달러 강세까지 가세하면 자칫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어 올해 4% 성장 달성도 주목거리다.
소비와 고용, 투자 등 국민들에게 사상 최대 수출이 체감되지 않아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 압력만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목하 5차 재난지원금 11조원도 풀리고 있어 경제 부진에 물가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역대 최단기간 최대 수출액이 '빛 좋은 개살구'로 폄하되는 이유이다.
[사설] 역대 최대 수출이라지만 악화되는 교역조건
입력 2021-09-15 20:45
수정 2021-09-1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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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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