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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붙은 실거래가 정보 공유 안내문. /독자 제공
 

경기도 내 여러 아파트에 '실거래가 정보 공유 안내문'이 게시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 최고가뿐만 아니라 타 아파트 시세현황까지 포함돼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되지 않게 유도하는 '담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인의 A아파트는 최근 각 평형별 매매가격 및 최고가, 타 아파트 신고가 현황을 승강기에 게시했다. '단지 내 부동산이 권하는 가격에 현혹되지 말고 정직한 부동산 이용하자', '우리의 작은 관심이 아파트 가치를 지킨다'는 문구도 함께였다.

작년에는 의왕의 한 아파트 세입자가 온라인 카페에 "아파트 승강기에 실거래가 정보 공유 안내문이 붙어 주변 단지 신고가와 해당 단지 실거래가를 비교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용인·의왕 등서' 정보 공유문' 게시
일부 "집값 상승 부추긴다" 목소리


공인중개사법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개업공인중개사 등의 업무를 방해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세현황판을 붙여놓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특정 금액보다 낮게 매각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관련 신고가 많이 들어오나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안내문의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 역시 "일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주지 말자는 등의 구체적인 담합 정황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구체적 정황 아닐땐 처벌 쉽지않아
"무언의 압박"… 정부, 법 개정 착수'


특정 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말자거나 특정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지 말자는 등의 안내문만 처벌 대상이 되자 아파트 내에 시세현황판을 붙여놓는 경우가 많아졌다.

도내 한 아파트 입주자 카페에는 "다른 아파트에 가보니 실거래가가 전부 붙어있던데 정보 공유는 합법이니 담합으로 보이지 않게 '아파트 주민을 위한 실거래가 공유합니다' 정도의 담백한 문구를 쓰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현황판이 담합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무언의 압박이지만 얼마 이하로 팔면 안 된다고 써놓지 않은 이상 처벌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담합을 보다 넓게 적용하고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법 개정에 착수했다. 지난 4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내문이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부동산을 특정가격 이상으로 거래토록 유도하거나 현 시세보다 높게 표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 부동산거래신고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