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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위치한 충남 계룡대 정문 /연합뉴스

"꿈도 잃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진… 지옥이었다 정말."

자대 배치 3개월 만에 숨진 채 발견된 현역 육군 장교(9월23일자 온라인 단독보도=자대배치 3개월 만에 숨진 육군 소위… 유가족 "상관 부당한 업무지시 호소해")가 생전 동기에게 쓴 문자메시지엔 그의 애환이 담겼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동기가 자신의 죽음으로 슬퍼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과 그간 자신이 겪었던 낯선 변화를 6시간 동안 힘들게 써 내려갔다.

경기도 소재 육군 부대 소속 김모(25) 소위는 지난 22일 오전 11시께 휴가를 나온 뒤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채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소위는 지난 6월 자대배치를 받았다.

"고마웠고 미안하다"로 시작되는 김 소위가 숨지기 전 동기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그간 그가 겪어왔던 낯선 변화와 동기를 향한 걱정, 사랑이 그대로 담겼다.

숨지기 전 동기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담긴 이야기
"솔직히 미운 사람도 부대에 참 많은데 용서하고 떠난다"

그는 "두통이 너무 심해서 눈 초점도 안 맞고, 말도 잘 안 나오고 판단력도 흐려졌는데, 환청까지 있었다"며 "공황장애랑 우울증까지 같이 온 것 같은데, 너희도 힘든데 내색하기 싫어서 억지로 웃으려고 했던 거 같아 (미안하다)"고 썼다. 이어 "억지로 일하고 스트레스받으니 나를 잃어버려서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며 "피해를 주고 정말 싫은데 너무 괴로워서 이런 선택을 했다. 너희 탓이 아니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김 소위는 "아픈데 쉴 곳도 없고, 자다가도 매일 열 번씩은 깨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꿈도 잃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진… 지옥이었다 정말"이라고 토로했다.

동기 이름을 적으며 기억한 그는 "마지막 부탁이 있다면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만난다면 잘 지냈다고, 열심히 했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끝으로 "솔직히 미운 사람도 부대에 참 많은데 다 용서하고 떠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유가족들은 상관의 부당한 업무지시로 심각한 두통과 스트레스를 받아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육군 군사경찰은 김 소위가 근무했던 부대의 지휘관과 동기생 간부들을 상대로 가혹행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http://www.spckorea.or.kr/)와 경기도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https://www.mentalhealth.or.kr/)에서 거주지 인근 자살예방센터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