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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 당시 화재 진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소방당국 관계자들. /경인일보DB

"근처에 소화전만 설치돼 있었어도 물탱크 차량이 80여대나 출동할 필요가 없었죠"

27일 오후 다시 찾은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 당시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 관계자는 물류센터 인근에 소방용수를 공급할 소화전이 없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던 당시 현장을 떠올렸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 맞은편 물류센터들은 그날의 화마를 잊은 듯 대형 화물차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다시 가동 중이었다. 언제라도 대형화재가 재발할 수 있지만, 여전히 소화전 등 소방용수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많았던 경기도 지역의 소방용수시설이 경기도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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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 2021.9.27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소방용수시설은 소화전, 비상소화장치 등 화재 시 필요한 물을 공급하거나 저장하는 설비다. 현재 보급된 소방 펌프차는 소방용수를 최대 2천800ℓ 탑재할 수 있으나 실제 화재시 방수했을 때 소진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5~10분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역의 소방용수시설은 대형화재 진압에 필수적이다.

경기도가 공개한 소방용수시설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경기도 시·군들은 평균 512개의 시설이 있다. 안산(1천348개)과 부천(1천130개)처럼 관내 보유 시설이 1천개를 넘는 곳도 있지만, 이천(182개)과 포천(289개), 남양주(489개) 등 일부 시·군은 평균에 못 미쳤다.

문제는 이천, 포천 등 지난해 대형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들 다수가 평균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천은 한익스프레스 참사를 포함해 화재로 58명이 숨지거나 다쳐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다. 마찬가지로 포천(29명)과 남양주(28명)도 화재에 따른 사상자가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많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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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소방용수시설을 주택밀집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내 소방대상물로부터 100m 이내에 의무 설치해야 하는 규정 탓에, 설치 우선순위에서 도농복합지역들이 상대적으로 밀린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기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천에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는 등 용수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화재 사고가 반복돼 도농복합지역에 대한 소방용수시설 확충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천 쿠팡 화재 때도 소방차들이 다른 지역에서 소방용수를 끌어오는 등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있었다. 용수시설 확충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0억원 이상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