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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정치부 기자
20대 초반,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임금 체불'을 겪었다. 얼마 일하지 않아 받아야 할 임금을 적었는데, 그 돈을 받기까지 반년을 기다려야 했다.

사업주는 하루아침에 가게 문을 닫고 연락을 끊었고, 달리 임금을 받을 방법이 없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사업주 대신 정부가 임금을 지급하는 체당금을 신청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체당금으로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겪는 일에 이 돈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정말 막막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를 찾고, 법원에 가면서는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기나'라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이 컸다. 이 같은 생각이 들 때마다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졌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 선 한맥중공업 화성공장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들도 "왜 우리가 여기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피해 노동자만 117명, 금액은 4억원에 달한다. 피해 노동자 대부분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집에 생활비를 갖다 주지 못한 고통을 호소했다. 한맥중공업 사태뿐만 아니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4만9천150명이 임금 체불을 당했다. 피해금액은 8천27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 피해 발생액은 1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추석, 설 등 명절을 앞두고 이 같은 임금 체불 소식은 더 잘 들려온다. 고용노동부도 명절 연휴 때마다 임금 체불 예방 및 집중 관리에 나서겠다고 매년 발표하지만 임금 체불 피해는 끊이질 않고 피해자들을 울린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사법적 권한이 있는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물론, 상습 임금 체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임금 체불은 일하는 사람들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생활형 문제다. 일하면 돈을 받는다는 당연한 권리가 지켜져 다음 명절 때는 '노동자 울리는 임금 체불' 소식이 없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