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대장동 사태로 쑥대밭이 됐다. 소수의 민간개발업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관 공동으로 시행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서 4천억원대의 시행 이익을 챙겼다. 또한 아파트 분양 수익도 3천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수천만원 투자한 사람이 수백억원을, 1억여 원 투자한 사람이 1천억여 원을 챙겼다. 소수 민간인의 몰상식이고 반사회적인 초대박의 배경에 구린내가 풀풀 풍긴다.

연루된 각계인사들의 면면이 충격적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특별검사, 곽상도 국회의원 등 법조계 거물들이 의혹의 대상이 됐다. 의혹의 몸통 화천대유에서 권 전 대법관은 본인이, 박 특검은 딸이, 곽 의원은 아들이 금전과 아파트, 천문학적 퇴직금을 챙겼다.

대선 정국도 아수라장이 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본인이 대장동 개발 설계자임을 자인하는 등 떳떳한 자세를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지사를 대장동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해 총공세를 펼친다. 이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은 곽 의원 아들 퇴직금을 고리로 대장동 사태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반격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천화동인 관계자가 부친의 자택을 매입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야 정당과 유력 대선 후보들 모두 대장동 뻘밭에 뒹굴고 있다.

전대미문의 민간 토건세력의 비리의혹과 법조 및 정치 게이트가 한데 엉켜 초래된 국가혼란이 방치할 수준을 넘어섰다. 민심을 안정시켜야 할 대통령의 침묵이 이상한 이유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주시하는 사태를 방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예전에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LH 직원 부동산투기 의혹이 터졌을 때는 즉각적으로 총리실·국토부 합동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한데 이어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검·경 합동수사를 지시했다.

천화동인 핵심인사의 녹취록 확보와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택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는 표면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당 유력 대선 후보가 거론되고 여야 간 극단적 정쟁이 된 사태의 성격상, 여론은 검찰 및 경찰의 수사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다. 대장동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중립적 언급과 수습 의지가 매우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의 침묵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