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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흥 기획콘텐츠팀 기자
내가 왜 그 문을 열었을까. 손잡이를 당기자마자 든 후회였다. 성남시 태평2동의 한 지하방 앞에서 내 표정은 한껏 구겨졌다. 지하방 옆에 딸린 이른바 '푸세식' 화장실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에 정신이 아득했다.

"여름이면 냄새가 더 심해요." 지상으로 연결된 계단 위에서 동네 주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주민이 내 표정을 보지 못한 건 정말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실례를 범할 뻔했다. 서둘러 화장실 문을 닫고, 몸을 돌려 계단 위로 향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몸은 그 자릴 벗어났지만 지독한 냄새는 내 주위를 맴돌았다. 코로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머릿속엔 화장실 안의 장면이 자동으로 재생됐다. 이런 증상은 날이 바뀌고도 한동안 계속됐다.

냄새가 나는 집, 비좁은 집, 햇빛이 들지 않는 집, 벌레가 나오는 집, 집이 아닌 집. 지난 한 달간 경기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집'을 찾아다녔다. 집보다 집값이 우선하는 세상, 이런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된 집을 가져보지도 못한 채 점차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배드타운 경기도'란 이름으로 엮어 보도(9월27·28일자 1~3면)했다.

성남시 태평동에서 자동차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면 '대장동'이 나온다. 화천대유니, 천화동인이니, 세상을 다 가진 듯 착각에 빠진 이들이 땅장사로 수천억원을 벌었다는 그곳이다. 직선거리로 불과 10㎞ 남짓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누군가는 아직 푸세식 화장실이 딸린 집에 산다. 누군가는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발판삼아 떼부자가 됐다.

'대장동 의혹'의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시스템의 승자라고 생각할까. 그들의 눈에 집 한 채를 사려고 아등바등 사는 사람들이 시스템의 패자로 비칠까 봐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치민다. 한동안 뇌리에 남았던 화장실 냄새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역한 냄새가 자꾸 코를 찌른다. 지독한 악취다.

/배재흥 기획콘텐츠팀 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