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헌혈 수가 줄어 경기도 내 혈액이 부족한 상황이다. 단체헌혈이 급감한 것도 모자라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개인 헌혈자들의 발길마저 끊겼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께 찾은 헌혈의집 수원시청역 센터. 퇴근한 직장인이 많을 시간이었지만 오후 6~7시 사이에 다녀간 헌혈자는 3명뿐이었다.
간호사 A(40대)씨는 "코로나로 단체헌혈이 크게 줄었으며 겨우 잡힌 헌혈도 확진자가 나오면 당일 취소되기도 한다"며 "피는 부족한데 환자들은 수혈을 받아야 하니 궁여지책으로 보호자나 지인의 지정헌혈(혈액을 수혈받는 당사자를 지정해서 하는 헌혈)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4시께 찾은 현혈의집 수지센터 역시 3명이 헌혈 중이었다. 대기하는 헌혈자는 없었으며 모니터에는 '일반대기 0명, 예약대기 0명'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간호사 이모(60대)씨는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헌혈자가 하루 평균 10명 정도 줄었다"며 "아무래도 시민들이 코로나로 모이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단체헌혈이 줄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보유량 2.9일분 '주의' 단계
확산세 지속에 확진자 헌혈 사례도
단체헌혈 감소·시민 감염불안 호소
"1회용 사용… 걱정말고 참여" 당부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기준 경기도의 혈액보유량은 2.9일분으로, 적정혈액보유량인 5일분의 절반 수준이다. A형은 2.3일, B형은 4.3일, O형은 2.6일, AB형은 2.1일로 모든 혈액형의 보유량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혈액 재고 단계는 1일 평균 혈액 소요 예상량을 토대로 1일분 미만은 '심각', 2일분 미만은 '경계', 3일분 미만은 '주의', 5일분 미만은 '관심' 단계로 분류된다. 경기도는 '주의' 단계로 분류되는 셈이다.
코로나 이후 도내 헌혈이 줄어든 이유는 단체 헌혈 감소와 시민들의 불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내 고등학교 단체헌혈자 수는 2019년(1~9월) 1만4천548명에서 코로나 이후인 2020년(1~9월) 2천919명, 2021년(1~9월) 3천503명으로 줄었다. 대학교 헌혈자 수 역시 2019년 5천995명에서 2020년 595명, 2021년 906명으로 감소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데다 일부 확진자가 헌혈한 사례들이 드러나자 시민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용인에 사는 김모(20대)씨는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헌혈의집에 방문하기도 좀 그렇고 혹시나 내가 밀접접촉자나 확진자가 됐는데 헌혈하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수도권은 큰 병원들이 많아 혈액이 더 부족하다"며 "헌혈의집에서 사용하는 기구들은 일회용이며 소독도 철저히 하고 있으니 걱정 말고 헌혈에 참여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