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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문화체육팀장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다. 성남에서 왔다는 한 산모는 자신이 만삭일 때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가 "정말 그 안(뱃속)에 아이가 있어요?"라고 물어보더란다. 그 산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는 듯이 한 얘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놀랐다. 임산부가 낯설고 신기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의미하는 이 날은 임신과 출산을 사회적으로 배려하고 출산, 양육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정해진 법정기념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고가 연일 이어지면서 이제는 대중적으로 그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도 다소 무뎌진 느낌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신도시 개발 등으로 지속적인 외부 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흔히 말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체감되기도 한다.


출생자보다 사망자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저출산 원인 집값·사교육비 잡기 노력연장


하지만 2012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3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 기준 0.84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천300명으로 전년 대비 10%(3만300명)가 감소한 것이고, 40대 초반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출산율이 떨어진 것이다.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지난해 사망자 수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지만 출생아 수도 사상 처음으로 30만명대 이하로 하락해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현상이 벌어졌다.

정부는 그간 저출산 지원 예산을 2017년 20조원에서 매년 늘려 지난해 40조원을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예산만을 늘려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출산에 노력하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슬로건이 효과를 거둘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

저출산 문제는 주식시장과 닮아있다. 한 가지 이유로 주가의 변동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해도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 것처럼 단순히 '집값 잡기'에만, 또는 '일·가정양립정책'에만 승부를 걸어서는 안 된다.

19개기관·단체 '저출생극복 사회연대회의'
출생장려 캠페인 '출산·사망률 대역전' 기대


중앙·지방정부는 저출산의 원인이 되는 집값을 잡고 사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한 기존의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고, 경제계는 주부들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과 빈부 격차 심화, 열악하거나 성 차별적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교육계와 종교계, 언론계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는 데 제 역할을 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만이 출생보다 사망이 많아지는 지금의 이 추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각에서 경기도와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가 지방자치단체·경제계·시민사회단체·교육계·의료계·종교계·언론계·공공기관 등 19개 기관·단체와 함께 구성한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가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10년부터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경기도 특성에 맞는 저출생 인식개선 및 분위기 조성 등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출생장려 캠페인을 공동추진하고 기관별 저출생 극복을 위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각자의 전문영역을 통합하는 과정이 출산율과 사망률이 그리는 인구 그래프에서 또 한 번 '대역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나부터, 육아가 힘들다는 너스레보다는 아이가 주는 행복에 대해 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분명한 사실이니까.

/김성주 문화체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