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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DB·이재명 후보측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른바 '여의도 정치'를 거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에서 대선으로 직행한 전례 없는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기존의 정치 공식이 깨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3월 9일 대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가 되기까지의 정치 발자취를 돌아본다.



정치 입문과 동시에 단체장 도전…두 차례 쓰디쓴 '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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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중인 이재명 당선자. /경인일보DB·이재명 당선자 선거사무소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인권변호사·시민활동가로서 목소리를 내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2004년 인권변호사이던 이재명 후보는 당시 적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성남 지역 종합병원 2곳이 문을 닫자, 공공병원 필요성을 역설하며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성남시민들과 함께 성남 시립병원 설립 운동을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이재명 후보는 그해 3월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위한 조례안을 주민발의로 제출했으나 당시 성남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민참여 조례안을 1분도 채 안 걸려 폐기한 것이 정치입문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이 후보는 조례안이 날치기 폐기됐다고 주장하며 "밖에서 이런 식으로 하다간 도저히 안 되겠다. 우리가 시장을 하자. 우리가 해서 우리가 만들자!"라고 다짐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그는 정치인 이재명이 됐다.

2005년 8월 23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특이한 것은 입당함과 동시에 단체장 출마 의사를 공언했다는 점이다. '정치 초보', '신인 정치인' 등의 시선이 많음에도 그에게는 정치인이 돼야 했던 간절하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성남시장이 돼 공공의료원을 만들겠다는 일념이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시작한 정치였지만, 정치인의 삶도 녹록지 않았다. 그는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성남시장, 2008년 제18대 총선 보수세가 강했던 성남분당갑 선거구에 전략 공천을 받았으나 두 번 모두 당선자와 득표율 30% 이상의 큰 차이로 낙마하고 만다. 

 

 

'장마 끝' 비 온 뒤 굳은 땅…성남시장 당선, 질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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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오른쪽) 성남시장 당선자가 김미희 민노당 전 성남시장 후보와 함께 민선 5기 시정을 위한 인수위원회와 시정개혁위원회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인일보DB


낙선 뒤에는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내며 정치 내공을 키웠다. 때는 반드시 온다고 믿었던 그는 2년 뒤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성남시장에 도전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시작했던 정치에서 그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성남시민들에게 이 후보는 공공의료원을 성남에 만들 수 있게 해달라며 호소했고, 성남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진보 진영이 우세했던 수정구, 중원구에서 각각 58.9%, 57.9%의 높은 지지를 얻었으며 이전 선거에서 그에게 뼈아픈 고배를 마시게 했던 보수색이 강한 분당구에서 44.6%로 약진, 종합 51.2%를 얻어 집권여당 한나라당 후보 황준기(득표율 43.1%) 후보를 누르고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제19대 성남시장 취임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새로운 성남을 향한 발걸음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면 쉬었다 가더라도 서로의 어깨를 보듬고 한 걸음 한 걸음 웃으며 나아가자. 우리는 할 수 있다. 시민이 주인 되는 성남, 시민이 행복한 시정, 기회가 균등한 성남을 함께 만들자"고 외쳤다.

취임 직후부터 성남시장 이재명을 있게 한 성남시립의료원 강화에 나섰다. 공공의료야말로 가장 중요한 복지 정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무상교복 정책은 2011년부터 추진했다. 그가 내세운 공약 시행이 가로막히면 시의회·정부와 각을 세우거나 소송도 불사키도 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야말로 이제까지는 없었던 기초단체장의 탄생이었다.
 

 

 

톡 쏘는 사이다, 기초단체장서 대통령 직행 '좌절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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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시계 사옥에서 대선 출마 선언기자회견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인일보DB

 

높은 공약이행률로 성남시민들의 지지율은 더욱 굳건해져 갔다. 성남시민들 사이에서는 경기도민이 아닌 성남시민이라 좋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성남시로서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으며 도내 다른 시·군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굳건한 시민들의 지지와 당시 선거 2개월 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사건을 계기로 2014년 6월 성남시장 재선 도전 때는 더욱 큰 득표 차로 당선된다. 이재명 후보 강세지역인 수정구, 중원구에서 각각 56.4%, 56.7%를 얻을 뿐 아니라 분당구에서도 이전 선거보다 지지율이 10%가량 상승한 53.8%를 기록하며 종합 55.1%로 당시 새누리당 신영수 후보(득표율 44.0%)를 이기고 연임에 성공했다.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 참사를 방관했던 박근혜 정부를 맹비판하며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함과 동시에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성남 등 불교부단체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방재정개편안을 추진하자 11일간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보다 7개월가량 앞당겨지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8년 동안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며 펼쳤던 중·고등학교 신입생 무상교복지원사업과 청년배당, 성남시의료원 건설 등 모두 287개의 공약 중 270개를 이행하며 94.1%의 공약이행률을 보인 것에 더해 일찌감치 당시 박근혜 대통령 저격수로 맹활약을 한 것이 대중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해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촛불집회 현장에서 이재명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사이다 발언을 하면서 인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기초단체장이었으나 당시 문재인 후보에 이은 차기 대선 후보 2위에 등극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탄핵안 심판 시작과 함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주목도는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안정적인 후보가 정권교체에 더욱더 알맞다는 여론이 지배적으로 생기면서 당내 유력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으로 다수 지지여론이 이동했다.

결국 이재명의 첫 번째 대선 도전은 당내 경선에서 34만7천647표를 득표하며 93만6천419표를 얻은 문재인, 35만3천631표를 얻은 안희정에게 밀려 3위로 끝이 났다.




또다시 찾아온 먹구름…경기도지사 당선과 기나긴 2년여간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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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경인일보DB

기초단체장이던 이재명 후보가 여의도를 거치지 않고 대선 도전에 직행한 것을 놓고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는 평가가 많았다. 수많은 기초단체장 가운데 인지도가 당연히 가장 높았으며 큰 이변이 없으면 차기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재등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시 여론이었다. 이러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이재명 후보는 이듬해인 2018년 지선에서 경기도지사에 56.40% 득표율로 재선에 도전하던 남경필(득표율 35.51%)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됐다. 차기 대통령 선거로 가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이 나왔다.

먹구름은 다시 찾아왔다.

성남시장 재직 당시 했던 일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목을 잡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진흙탕처럼 하루하루가 정치인 이재명의 명운이 걸린 시험대였다. 도지사 당선이 되자마자 수많은 고소·고발장이 접수된 것이다.

지난 2012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보건소장과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의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한 토론회에서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을 시도한 적 없다'는 말을 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도 받았다. 모두 4가지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선고가 내려져 혐의 족쇄가 풀린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도지사 당선 직후부터 시작, 무려 3년여 동안 법정을 오가야 했다.




이재명, 다시 대한민국 대통령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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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10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7월 1일 이재명 후보는 "국민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아닌 주권자를 대리하는 일꾼으로서 저 높은 곳이 아니라 국민 곁에 있겠다"고 말하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로 연일 거론되면서 대장동 화천대유 등 여러 부패 의혹들이 거론됐으나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공영개발 특혜의혹이 오히려 야당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소속 국회의원 아들이 50억원을 받은 것이 그 근거라고 맞받아쳤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지난 9일 민주당 경기도 경선 결과 이재명 후보가 59.2%를 얻으며 누적득표율 55.29% 과반으로 당내 경선 후보 1위를 유지했으며 이날 10일 서울 경선 및 3차 슈퍼위크 결과 누적득표 50.29%를 받으며 민주당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이날부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최종 대선 후보로서 4기 민주정부 출범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