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jpg
이시은 사회부 기자
"만약 성추행 혐의가 사실이더라도 회장이라는 지위가 있고, 노인한테 그래도 되는 거요?"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대한노인회 한 지회 소속 회원을 옹호하겠다며 노인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의 항변을 듣다 보면 참 기가 찼다. "성추행한 사실이 없고 있다 한들 무엇이 문제냐. 노인에게 이렇게 대우를 해도 되는 것이냐."

취재현장에서 만난 가해자를 두둔하던 또 다른 노인도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 지위도 있고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인데 직원들은 당장 직위를 내려놓으라고 난리야. 말도 안 되지." 성추행 혐의를 받은 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손사래까지 치면서 당연하다는 듯 수긍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혹여나, 불편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그를 만났다. 하지만 그 자리는 굉장히 언짢았다. 취재 자리엔 굳이 아내도 동석했다. 결국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성추행 당시 상황에 대해선 그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없었다. 그의 아내는 30분이 넘도록 기자를 지켜봤다. 불편했다. 정작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노인은 당당했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사회는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 사회적 순서와 질서를 나눈다. 나이를 앞세운 그의 주장에 '젊은' 기자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한국사회는 수직 계열화된 서열문화가 뿌리 깊게 박혔다.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가 강하다. 그 노인도 이러한 문화에 기대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것 같다.

서열이 고착화된 곳은 병든 사회다. 통용되는 사회적 기준을 뒤엎자는 것은 아니다.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우리 사회가 나이에 유연해야만 한다. 나이가 곧 한 사람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치 80대 노인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