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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연간 4천500건에 달하는 폐이식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폐가 손상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폐이식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폐이식을 하고 있는 병원은 전국에서 7곳으로 그중에서도 아주대병원은 활발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 중 하나이다. 아주대병원 폐이식팀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진 후 양쪽 폐기능 상실로 생사를 오가던 환자 2명의 폐이식에 성공했다.

폐이식팀 함석진 흉부외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연구뿐 아니라 이에 따른 폐이식 사례가 많지 않아 해외와 국내 사례를 바탕으로 준비를 철저히 했다"며 "두 환자 모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모든 의학 영역이 동원되는 '폐이식'


폐이식은 의학의 모든 영역이 종합적으로 포함되는 수술이다.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감염내과를 포함해 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재활의학과 등 거의 모든 진료과와 협진이 필요하다. 이에 한 달에 한 번씩 관련 진료과 교수들이 모여 이식 대기자에 대한 판단을 하고 수술 전과 후의 환자 상태 관리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준비한다.

함석진 교수
아주대병원 폐이식팀 함석진 흉부외과 교수가 실험하고 있는 모습. /아주대병원 제공

폐이식팀의 주요 의료진인 김은진 감염내과 교수는 장기이식 때 쓰는 면역억제제가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감염 예방과 치료, 폐이식 거부 반응과 감염 사이에서 이를 조절해 합병증 없는 폐이식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흉부·호흡기·감염내과 등 협진 필요
코로나19로 인한 '폐 손상' 사례 발생


박지은 호흡기내과 교수의 경우 이식 전 환자가 기저질환이 있는지, 이식에 적합한 상태인지 평가하는 것부터 이식 이후 합병증까지 통합 관리하고 있다. 폐이식은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수술 후 높은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 때문에 고위험 수술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박 교수의 역할은 매우 크다.

함석진 흉부외과 교수는 여러 부분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환자의 폐이식을 집도하고 있다.

# 부족한 장기 기증자… '체외폐순환술' 연구 주력


함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로 2018년 아주대병원 첫 폐이식 환자를 꼽았다. 산소 없이 거동하지 못했던 폐섬유증 환자는 수술을 잘 마치고 11일 만에 걸어서 퇴원했다.

함 교수는 "수술 후 1년 넘게 사시는 동안 딸이 결혼하고 임신한 것까지 보셨다"며 "다행히도 생각보다 빨리 기증자가 구해져 매우 운이 좋은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폐이식 받은 환자
올해 초 코로나19로 양쪽 폐기능을 상실한 환자가 폐이식을 받고 의료진과 함께 있는 모습. /아주대병원 제공

이처럼 장기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기증자를 찾는 것이다. 기증자 수가 적어 대기 명단에 올라도 수술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 교수는 '체외폐순환술'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함석진교수팀, 올 기능상실 2명 집도
기증 부족 해법 '체외폐순환술' 연구


'체외폐순환술'은 기증자 몸에서 적출한 폐를 기계에 연결해 기능을 평가하고 나쁜 폐를 좋게 만드는 방법이다. 함 교수는 현재 쥐와 돼지를 이용해 이러한 실험을 하고 있다.

함 교수는 "폐이식은 주로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는다. 생체 기증도 이뤄지고 있지만 건수가 많지는 않다"며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심장 사후 기증(심장이 멎은 후 적출해서 이식에 이용하는 기증) 도입에 관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이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함 교수는 "아주대병원 폐이식팀은 단순히 폐이식 수술 사례를 늘리기보다 환자 개개인에 대해 최대한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수술한 환자의 좋은 결과와 예후를 이끌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