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신항 화물차
인천 신항 인근에서 컨테이너 상·하차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화물차들이 줄지어 있다. 화물차 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하루 종일 운전대를 잡아야 하지만 휴게 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쉬거나 식사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2021.10.12 /화물연대 제공

물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었고, 해외 직구(직접 구매)도 보편화하고 있다. 이는 화물차 운행 증가를 가져왔다. 화물차는 물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운전기사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하기조차 쉽지 않다.

"화물차는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해요."

지난 9일 낮 12시30분께 찾은 인천 신항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 컨테이너 트레일러 운전기사 박석철(42)씨는 터미널을 나서며 고민에 빠졌다. 컨테이너를 싣거나 내린 화물차는 터미널에서 나와야 하는데, 16.7m 길이의 화물차를 댈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박씨는 "터미널이나 화주 창고에 컨테이너를 내려놓고 나오는 순간부터는 단속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된다. 온종일 화물차에서 내리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편히 화장실 가는 건 꿈도 못 꾼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박씨는 오전 7시부터 화물차를 운전했다. 평소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냥 굶을 때가 많다"며 멋쩍은 듯이 웃었다. 도심 곳곳에 지정된 화물차 통행금지구역을 피해 식당이 모여있는 상가에 가도 화물차를 주차할 곳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화장실 이용 휴게소 한번가도 30~40분소요… 그나마 자리 있으면 다행
16.7m 길이 차량, 컨내려놓고 터미널 나오는 순간 '단속 도피자' 신세
비대면 소비늘고 해외직구 보편화 등 영향… 주차·휴식공간 확충 절실
이전에는 인천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인근 넓은 도로에 잠시 차를 세우고 터미널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구내식당은 터미널 직원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이 때문에 일부 화물차 기사는 운전석 뒤편에 전자레인지를 구비해 간편식으로 배를 채우기도 한다.

화물차 운전기사 박종관(56)씨는 인천에서 이천·용인·화성·파주 등 경기도 위주로 다니고 있다. 화주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컨테이너를 운반해야 하는 박씨는 매일 시간 싸움을 한다. 컨테이너 운반이 조금만 늦어져도 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는 것도 만만치 않다. 자리를 찾아 차를 세우고, 화장실만 다녀와도 30~40분은 걸린다는 게 박씨 설명이다. 박씨는 그나마도 자리가 있으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휴게소에도 주차 자리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라며 "휴게소에 들어갔다가 그냥 나올 때도 잦다. 피곤해도 운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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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운전기사의 화물차 내부. 이 화물차 운전기사는 식당을 가는 것이 쉽지 않아,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구비했다. 2021.10.12 /화물연대 제공

인천 화물차 등록 대수는 매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현황' 자료를 보면, 인천은 2018년 8월 2만9천여대에서 올해 8월 3만2천여대로 3년 만에 9.34%가량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 7.8%보다 높다.

인천은 인천항과 인천공항 등 물류 거점이 있는 도시다. 이 때문에 많은 화물차 운행이 필수적이다.

특히 올 1~8월 인천공항과 인천항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가량, 6%가량 증가했다. 인천공항(4단계 건설사업)과 인천항(인천 신항 1-2단계)이 모두 확장을 계획하고 있어 화물차 운행은 더 늘 수밖에 없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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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와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주차 공간 등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는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불법 밤샘주차(자정~익일 오후 4시 사이에 1시간 이상 주차)가 늘고 있다.

화물연대 인천지부에 따르면 인천 지역 불법 밤샘주차 단속 건수는 2016년 2천500여건에서 지난해 5천700여건으로 130% 정도 늘었다. 영업용 대형 화물차는 '차고지 증명제'에 따라 1년마다 주차 공간을 확보해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도심 속 주차장이 부족한 탓에 대다수가 차고지로 활용할 수 없는 곳이나 실제론 없는 주소를 차고지로 등록해 놓고 있다.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내고 주소만 빌려 쓰는 운전기사도 적지 않다. 결국 차량을 둘 곳이 없어 주택가 등에 주차하게 되는 것이다.

정관목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인천은 화물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 화물차와 운전기사를 위한 주차·휴식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며 "컨테이너 상하차 시간을 단축하는 시설도 함께 마련해 운전기사들이 충분히 휴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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